LG와 한화의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개막전이 열린 1일 잠실구장. 2007년 이후 9년 만의 평일 개막전임에도 불구하고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겨우내 야구에 목말랐던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LG가 개막전을 홈에서 시작한 것도 9년 만이다. 개막전 행사 관계로 정규시즌 평일 경기 개시 시간(오후 6시30분)보다 30분 늦은 오후 7시에 시작한 점도 퇴근길 직장인들의 발길을 야구장으로 끌었다. 잠실구장은 오후 7시26분을 기해 2만6,000석이 완전히 메워져 올 시즌 1호 매진을 기록했다.
삼성과 전년도 우승팀 두산의 공식 개막전이 열린 대구 라이온즈파크엔 첫 날부터 암표상이 등장할 정도로 새 야구장 시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대구 역시 경기 시작 50분 만에 2만4,000석의 관중석이 가득 찼다. 삼성은 2000년부터 17년 연속 홈 개막전 매진 기록을 달성했다. NC와 KIA의 경기가 열린 창원 마산구장(1만1,000명)까지 3개 구장 만원 관중을 비롯해 이날 전국 5개 구장에는 총 8만5,963명의 관중이 들어차 35년째를 맞는 프로야구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역대 개막전 최다 관중으로는 6위였지만 평일로는 정규시즌을 통틀어서도 최다 관중이다. 고척 스카이돔(넥센-롯데)은 1만446명, 인천 SK행복드림구장(SK-kt)은 1만4,517명을 기록했다.
잠실구장엔 두 팀의 구단주가 동반 출동해 관심을 모았다. 구본준(65) LG 신성장사업추진단 부회장은 LG의 유광점퍼를 입고 관중석에서 팬들과 호흡했으며 김승연(64) 한화그룹 회장도 우승후보로 지목된 구단 팀 응원을 위해 잠실구장을 찾았다. 개막전을 치르는 두 팀의 오너가 동시에 야구장을 방문한 건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알려졌다.
개막전 시구도 눈길을 끌었다. 라이온즈파크에 시구자로 등장한 ‘피겨 여왕’ 김연아(26)는 마운드 정상 위치보다 5m 정도 앞에서 공을 던졌고, 포수 앞에서 한 번 그라운드에 닿은 뒤, 포수 미트로 들어갔다. 넥센과 롯데의 개막전에 국내 최초의 돔구장 첫 시구자로 선정된 박원순(60) 서울시장은 고척 스카이돔까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해 시구자로 마운드에 올랐다.
그라운드에서도 첫 날부터 흥미로운 승부가 속출했다. 공격력을 보강해 올 시즌 다크호스로 떠오른 10구단 kt는 김광현(28)이 등판한 SK를 8-4로 제압하고 돌풍을 예고했다. 김광현은 지난 시즌에도 유독 kt 상대로 평균자책점이 9.00이나 돼 약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날도 4⅔이닝 동안 9피안타(2피홈런) 7실점으로 부진해 패전의 멍에를 썼다.
김현수(28ㆍ볼티모어)가 빠진 두산은 삼성을 5-1로 제압하고 디펜딩챔피언의 저력을 보였다. 두산은 개막전 4연승 행진(2013~16년)을 이어가며 역대 개막전 승률 1위(21승 1무 11패ㆍ승률 0.656) 자리를 지켰다. 두산 양의지(29)는 3회초 1사 1루에서 차우찬의 시속 144㎞ 직구를 밀어쳐 우중간 담을 넘어가는 투런 아치를 그려 라이온즈파크 1호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두산 선발 더스틴 니퍼트(35)는 6이닝 동안 6피안타 1실점의 호투로 개막전 승리투수가 됐다. 삼성전 개인통산 15승(2패)째이자, 개막전 4승(1패)째다.
조원우(45)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롯데도 넥센을 2-1로 꺾고 넥센의 고척돔 개막전 승리를 앗아갔다.
NC는 KIA를 5-4로 제압하고 우승후보다운 첫 걸음을 뗐다. NC 이호준(40)은 0-0으로 맞선 2회 좌월 투런 홈런포를 터트려 올 시즌 개막 1호 축포를 쏘아 올렸다.
LG는 연장 12회말 1사 후 터진 양석환의 끝내기 안타를 앞세워 한화에 5-4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개막전 대타 끝내기 승리는 역대 2번째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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