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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강남역 살인, 여성혐오와 차별 되돌아보는 계기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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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강남역 살인, 여성혐오와 차별 되돌아보는 계기돼야

입력
2016.05.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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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서울 지하철 강남역 10번 출구에 '묻지마 살인' 피해자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19일 오후 서울 지하철 강남역 10번 출구에 '묻지마 살인' 피해자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서울 강남역 부근 건물 화장실에서 여성이 흉기에 찔려 숨진 사건에 대한 사회적 반향이 크다. 강남역 출구에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규탄하는 쪽지와 피해자를 추모하는 국화로 뒤덮였다.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촛불집회도 열리고 있다. 여성 폭력 문제가 집단 행동으로 표출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한 네티즌의 제안으로 시작된 추모 운동이 공감을 얻는 것은 여성들이 체감하는 여성 혐오와 두려움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추모 열기 확산은 애초에 살인 피의자가 “여성들에게 무시를 많이 당해서 그랬다”고 밝힌 데서 비롯했지만 이는 부차적이다. 경찰은 “심각한 정신분열증을 앓는 범인의 단순살인”이라며 여성혐오 범죄와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사안의 본질은 살인동기 정황보다는 여성들의 분노가 결집하는 현상 그 자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 폭력에 대한 불안감과 문제의식이 살인 사건을 계기로 한꺼번에 분출된 데 주목해야 한다. 실제 현장에 붙은 쪽지에는 ‘나는 우연히 살아남은 한국 여자다’‘여자라는 이유로 죽고 싶지 않다’는 등의 단순 추모가 아닌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개탄이 주를 이뤘다.

19일 오후 서울 지하철 강남역 10번 출구에 '묻지마 살인' 피해자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19일 오후 서울 지하철 강남역 10번 출구에 '묻지마 살인' 피해자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우리 사회의 여성혐오 실태는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언제부턴가 인터넷 공간에서는 온갖 여성 비하 표현과 혐오감을 담은 글이 크게 늘었다. 사회에 대한 불만을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게 전가하는 풍토가 번지고 있다. 여성들에 대한 물리적 폭력도 급증추세다. 살인ㆍ강도ㆍ방화ㆍ강간 등 4대 강력범죄 피해자 중 여성의 비율은 1995년 29.9%였던 것이 2011년에는 71.2%로 급격히 상승한 뒤 2013년에는 90%를 넘어섰다. 연인을 상대로 한 데이트 폭력도 점차 잔혹해지는 양상이다. 일부에서 이번 사건의 동기를 피해자에게 찾으려는 시도에서도 여성혐오 인식의 일단이 드러난다. 피해 여성의 늦은 귀가와 옷차림, 심지어 음주를 나무라고 있다. 이런 여성 비하적이고 가부장적인 인식이 끔찍한 범죄의 단초였음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거리로 나선 여성들의 분노에 찬 목소리를 우리 사회는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 왜 이런 혐오와 차별이 시작됐고 횡행하느냐에 대한 논의도 치열하게 벌여야 한다. 여성이 안전하지 못한 사회,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 받는 사회는 결코 정상이라 할 수 없다.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부터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된다.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격과 혐오 행위에 대한 처벌 및 방지대책도 서둘러 마련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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