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고성진(34)씨는 남보다 긴 여름휴가를 낼 계획이다. 몇 년 전부터 빠르게 진행된 탈모로 마음 고생이 여간 심하지 않아 휴가 동안 모발이식수술을 받기로 결심해서다. 내년 초 해외 근무도 앞두고 있는 터라 외국에서 새로운 로맨스를 꿈꾸며 모발이식수술에 이미지 변신까지 기대하고 있다.
일본 도쿄의치대 니시무라 에미 교수팀이 최근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모낭을 대량 생산하는 실험에 성공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모낭은 머리카락을 자라게 하는 피부기관이다. 현재 탈모 치료에는 머리 뒷부분 모낭을 탈모 부위로 옮겨 심어 머리카락을 자라게 하는 모발이식수술이 주로 쓰인다. 다만 후두부 머리카락이 적으면 이 방법으로 치료할 수 없다. 따라서 모낭을 인공적으로 배양해 대량 생산하는데 성공했다는 이번 연구 결과에 탈모 환자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 연구는 아직까지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 단계여서 탈모 치료에 본격적으로 사용되려면 최소한 10년 이상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초기 남성형 탈모, 약물치료로도 해결”
‘대머리’로 불리는 남성형 탈모는 유전 요인과 함께 남성 호르몬(테스토스테론)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이라는 탈모 유발 물질로 바뀌면서 생긴다. DHT는 두피 모낭을 위축시켜 머리카락을 가늘게 만들고, 머리카락이 자라지 못하게 해 탈모가 된다. 남성형 탈모는 머리가 빠지기 시작하면 즉시 병원을 찾아 자신 상태에 맞는 의학적 치료를 하는 게 좋다. 보통 초기, 중기, 말기의 진행단계와 머리카락 특성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
초기 단계에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효능과 안전성을 인증한 먹고 바르는 약물만으로 상당한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 가운데 먹는 치료제는 테스토스테론이 DHT로 바뀌는 과정을 막아 탈모 증상을 호전시킨다.
임상 연구결과에서도 남성형 탈모 환자의 90%에서 더 이상 머리가 빠지지 않았다. 70%의 환자는 머리카락에 새로 자랐다. 다만, 최소한 3개월 이상 약을 먹어야 효과가 나타난다. 가시적으로 발모 효과를 보려면 1년 이상 지속적으로 약을 복용해야 한다. 바르는 탈모 치료제는 두피의 혈류량을 늘려 머리카락 성장을 촉진한다. 먹는 치료제와 병용하면 더 나은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심한 탈모도 모발이식ㆍ약물치료 병행 효과”
1년 이상 탈모 치료제를 먹었는데도 치료효과가 없거나 이미 중기 단계 이상으로 머리카락이 빠졌다면 모발이식 수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모발이식 수술은 탈모의 영향을 받지 않는 후두부의 모낭을 뽑아 머리카락이 빠진 부위로 옮겨 심는 수술이다. 한 번 이식한 머리카락은 더 이상의 탈모가 진행되지 않아 영구 보존되는 장점이 있다. 최근 후두부를 절개하지 않고 모낭을 개별적으로 채취해 이식하는 수술도 시행되고 있다. 이 수술법은 통증이 적고 흉터가 남지 않아 빨리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
모발이식 수술은 효과적인 탈모 치료법이지만, 머리카락, 두피 상태 등이 개인 마다 달라 수술하기 전부터 한 뒤까지 주의하지 않으면 애써 받은 모발이식 수술도 실패할 수 있다. 따라서 모발이식 수술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다음 5가지 원칙을 반드시 기억해 둬야 한다.
우선, 무조건적인 수술은 하지 말고 자신의 상태에 맞는 치료법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탈모는 진행 단계별로 치료법이 다르다. 의료진과 충분히 상담한 뒤 나이와 탈모 진행속도, 후부두 모발의 밀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계획을 세워야 한다.
둘째, 병원을 선택할 때 모발이식 수술팀의 숙련도와 경험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모발이식 수술은 가장 작은 단위의 장기이식이라고 불릴 만큼 정교한 수술기술이 필요하고 비교적 시간이 오래 걸린다. 따라서 병원을 택할 때 비용보다 수술을 집도하는 전문의의 숙련도와 경험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셋째, 눈 앞의 효과에 연연하지 말고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식 받은 머리카락의 80%는 한 달 안에 빠지고, 수술 후 최소한 6개월이 지나야 다시 자란다. 수술 직후에 바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조바심을 내지 말고 병원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수술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넷째, 수술 후에도 먹고 바르는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탈모는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악화하는 진행성 질환이다. 모발이식 수술을 받았더라도 이식을 받지 않은 부위에서는 계속 머리카락이 빠질 수 있으므로 수술한 뒤 반드시 먹고 바르는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수술 후 술과 담배를 하지 말아야 한다. 음주와 흡연은 혈관 내 산소 이동을 방해해 모낭의 생착률을 떨어뜨리고, 상처 회복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수술 결과가 만족스럽게 되려면 과도한 음주와 흡연을 삼가야 한다.
박재현 다나성형외과 원장은 “모발이식 수술은 과거 탈모가 심한 중ㆍ장년층에게 주로 권장됐지만 최근 머리카락이 빠지는 젊은 환자가 늘면서 젊은 환자도 수술을 적극 고려하는 추세”라고 했다. 그는 “탈모 치료는 개인의 탈모 증상과 단계, 패턴에 맞춰 이뤄져야 하는 만큼, 의료진과 충분히 상담한 뒤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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