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전남 여수세계박람회장에서 열린 ‘제2회 시ㆍ도지사 간담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의 로드맵이 제시됐다.
지방자치단체라는 말 대신 지방정부가 공식 법률 용어로 사용되고, 지자체 조례로 과세를 할 수 있는 방안이 검토되는 등 지자체의 권한이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국회에서 진행 중인 지방분권형 개헌의 밑그림도 공개됐다. 헌법에 ‘지방분권국가’ 선언을 포함시켜 지방자치를 국정 운영의 기준으로 정립하겠다는 방침이다. 법률에 정해져 있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지자체들의 호소에 따라 헌법상 ‘법률유보조항’을 완화해 자치법규의 규율 범위를 확대한다는 등 지자체의 입법권을 확대한다.
또 ‘조세의 부과ㆍ징수는 반드시 국회 제정 법률로 이뤄져야 한다’는 조세 법률주의를 완화해 지자체 조례를 통해서도 과세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각 지자체는 지역 특색에 맞는 세목을 조례로 신설해 정부에 승인을 요청하고, 정부가 이중과세 등 타당성을 검토한 후 세목 신설과 과세 관련 허가를 내 줄 수 있게 된다.
강력한 재정분권을 바탕으로 소방공무원 국가직화와 자치경찰제를 추진한다. 소방공무원의 경우 전체 소방공무원 중 90%가 넘는 인력이 18개 시ㆍ도 소방본부에 소속돼 있어 있다 보니 각 지자체별로 다른 재정여건에 따라 처우와 장비의 품질 등이 제각각 이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소방공무원 국가직화를 추진 중이다. 반대로 자치경찰제도는 주민 밀착형 치안확보를 위해 추진된다. 이 경우 자치경찰과 중앙경찰 간 처우 불균형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현재 경찰개혁위원회에서 재정, 인원 등에 대한 권고안을 만들고 있다.
정부는 국민과 지자체 등의 의견을 수렴한 뒤 자치발전위원회 심의 및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12월말까지 이 같은 내용의 로드맵을 수정ㆍ보완해 확정할 계획이다. 로드맵에 확정된 정책들은 이르면 올해 연말부터 시행된다.
행정안전부가 이날 공개한 ‘자치분권 로드맵(안)’에는 ‘지방이양일괄법’을 제정해 중앙권한의 지방이양을 추진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전국적 규모의 사무는 중앙정부가 관장하고, 광역ㆍ종합적 기능은 시ㆍ도에, 주민생활과 밀접한 사무는 시ㆍ군ㆍ구에 이양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사무구분 기준’을 마련한다. 또 법률 제ㆍ개정시 중앙ㆍ지방간 세무배분 적정성과 자치권 침해 여부 등을 검토하는 ‘자치분권 사전협의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에 관광ㆍ환경ㆍ산업ㆍ재정 등 핵심 정책결정권을 이양하는 등 제주를 자치분권 시범도시로 운영한다.
로드맵(안)에서 특히 눈에 띄는 내용은 현재 8대2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 비중을 장기적으로 6대4로 개편한다는 것이다. 지방세 발굴을 위해 ‘고향사랑 기부제’를 도입한다. 이 제도는 개인이 특정 지자체에 기부시 일정 세액을 공제하거나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로, 일본이 도입중인 후루사토(故鄕)납세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역간 재정격차 완화 방안도 담겼다. 증가하는 세수 일부를 지자체 간 균형재원으로 활용하고, 지방교부세율 상향 등 교부세의 균형역할을 강화한다. 또 중앙ㆍ지방 간 기능 조정과 연계한 국고보조사업의 개편도 함께 추진한다.
지방의회의 기능과 역할도 커진다. 앞으로 지방의회는 직무중심으로 채용시스템을 개선하고, 필수 보직기간(2년) 준수 강화, 생애 주기별 맞춤형 교육 등을 통해 지방공무원의 전문역량도 강화한다.
풀뿌리 주민자치 강화를 위해 주민 대표 기구가 마을 단위 실질적인 의사 결정 기구로 역할을 하는 ‘혁신 읍면동’ 제도도 확산시키기로 했다. 또 광역화로 인한 생활권ㆍ행정구역 불일치 해소, 인구 감소ㆍ고령화 등의 추세에 맞춰 네트워크형 지방행정체제를 구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지방자치발전위원회 등의 의견을 반영하고 관계 부처, 지자체, 일반국민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12월 말까지 로드맵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수=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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