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에 사는 케빈 헨리는 연중 최대 할인행사인‘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ㆍ추수 감사절 다음날)’를 하루 앞둔 목요일(26일) 오후 퇴근하자 마자 인근 전자상품 전문 대형 할인점인 베스트 바이(Best Buy)로 달려갔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점 찍어둔 고급 헤드폰을 반값에 사기 위해서다. 메릴랜드주 옥슨힐 주민인 어니스틴 베니도 비슷한 시간 대형할인점인 케이마트(K-Mart)가 800수 고급 침대시트를 19.99달러에 내놓는다는 정보를 인터넷으로 확인하고 부랴부랴 현장으로 차를 몰았다.
절반 값으로 할인되는 TV를 사기 위해 할인점 주차장에서 텐트를 치고 기다리다 금요일 0시 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쏜살같이 뛰어들어가 물건을 잡아채고 환호를 지르는 모습은 전통적으로 블랙 프라이데이를 알리는 상징 같은 모습이다.
이미 온라인 쇼핑이 대세로 바뀌었지만 유독 블랙 프라이데이에는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쇼핑에 집착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6일 보도했다.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블랙 프라이데이 현장이 주는 ‘스릴’을 만끽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대형할인점 타깃(Target)의 총괄 매니저 브라이언 코넬은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10년 전 블랙 프라이데이 매출을 살펴보면 현장 판매 매출이 전체의 80%를 차지했었다”라며 “놀랍게도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 매출도 당시와 비슷하게 10달러 중 8달러어치는 온라인이 아닌 매장에서 채워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자문회사인 딜로이트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블랙 프라이데이 소비자 10명 중 7명 가량은 미리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에서‘사전 점검’을 한 후 구매는 실제 매장에서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상품 가격을 침착하게 온라인에서 가늠하고, 매장에서 행사의 현장감을 느끼며 쇼핑을 마무리하려는 추세가 뚜렷하다는 얘기이다. 할인점 콜스(Kohl’s) 존 그로소 부회장은 블랙 프라이데이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쇼핑에 애착을 갖는 상황에 대해 “간편한 온라인 쇼핑을 마다하고 매년 500~700명의 소비자가 매장 앞에 줄을 서고 있다”라며 “그들은 생생한 경험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트렌드는 최근 온라인 쇼핑몰 업체들이 잇달아 오프라인 매장으로 진출하는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세계 최대 오프라인 서점 아마존이 최근 미 시애틀 시내에 실제 서점을 연 데 이어, 온라인쇼핑의 효시 격인 이베이도 이번 추수감사절 연휴에 즈음해 미 전역의 웨스트필드 쇼핑몰에 오프라인 매장을 순차적으로 개점하고 있다.
한편 NYT는 정작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 행사에서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확률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세일’딱지가 붙은 가격표들이 대부분 눈속임이라는 것이다. 신문은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3만4,000여개 상품을 조사해 이중 0.6%에 해당하는 200여개만 블랙 프라이데이에 구입하는 게 이롭다는 결론을 내렸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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