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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미술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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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미술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다

입력
2016.04.0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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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의 방-현대미술 거장들의 공간

전영백 지음

두성북스 발행ㆍ292쪽ㆍ2만 6,000원

서도호 등 거장 10인 통해

미술과 공간의 관계 짚어내

대규모 실험 작품 반복되면서

과도한 파격에 생소함도 익숙

작가 메시지 매몰되지 않는

관람자의 경험ㆍ느낌 중요해져

‘코끼리의 방’이라는 제목으로는 내용을 짐작하기 어렵다. 그래서 친절하게 제목 바로 아래 ‘현대미술 거장들의 공간’이라는 부제를 달아 놨다. 그러니까 코끼리는 현대미술 거장들을, 방은 공간을 의미한다.

왜 코끼리일까?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아무도 감히 입밖에 꺼내지 않는 논란거리나 금기 사항을 두고 우리는 ‘방 안의 코끼리’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저자는 현대미술이 다루는 주제와 태도에도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봤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알고 있지만 누구도 말하지 않았던 문제들을 현대미술은 특유의 파격과 직설로 까발린다.

책은 올라프 엘리아슨, 제임스 터렐, 서도호 등 이름만으로도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10인의 작가들을 다룬다. 그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어법으로 ‘방 안의 코끼리’, 즉 현대사회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들을 말한다. 한 데 묶어 다뤄버리기에는 거대한 작가들이지만 저자는 그들을 관통하는 무언가를 발견한다. 바로 ‘공간’이다. 그래서 책에는 관용어를 도치해 만든 ‘코끼리의 방’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현대미술은 크게 두 가지 정도의 뚜렷한 특징을 보인다. 대체로 규모가 크고, 작품이 위치한 공간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현대미술은 두 눈으로 담을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서 존재한다. 그래서 관객은 더 이상 ‘보는 사람’에 머물 수 없다.

2007년 10월 테이트모던 미술관 바닥을 가르는 167m의 거대한 균열을 두고 작품이라 여기는 관객은 거의 없었다. 콘크리트 바닥의 속이 그대로 들여다 보이게 설치한 도리스 살세도의 ‘십볼렛(Shibboleth)’ 앞에는 ‘발을 조심하시오’라는 경고문까지 붙어 있었다. 대부분 불안감을 느끼며 섣불리 미술관 안으로 발을 딛지 못했다.

이 괴이한 작업은 관객을 놀라게 하는 황당한 이벤트로 끝나지 않았다. 가장 성공한 것으로 여겨지는 미술관 한 가운데 위치함으로써 거대한 균열은 제도권 미술에 대한 위협을 의미하게 됐고 더 나아가서는 사회 체제에 대한 공격을 상징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관객이 균열 앞에서 제도권 미술에 대한 위협과 사회 체제에 대한 공격을 봤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저자는 “현대미술 작품을 접하는 관람자들은 한결같이 낯설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대규모 설치 작업 앞에 서면 관람자는 자신이 얼마나 왜소한 존재인지 실감”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미 너무 많은 파격과 실험에 지금은 생경함마저 익숙해졌다.

저자가 진짜 말하고 싶었던 것은 결국 ‘관객’이 현대미술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관객들은 작가가 담아놓은 메시지는 못 읽었을지언정 분명 불안함은 느꼈다. 현대미술 작품 앞에서는 작가보다 관객의 느낌과 경험이 중요해졌다. 관객은 더 이상 작가가 원하는 대로 작품을 따라가지 않아도 되고 작품에 매몰되지 않아도 된다.

책은 10인의 거장을 ▦장소 특정성 ▦빛과 건축의 숭고 ▦설치와 정치적 실천 ▦집으로서의 건축 ▦인체와 공간 등 다섯 가지 테마로 나눠 설명한다. 저마다 뚜렷한 개성과 세계관을 갖는 작가들을 집중 탐색하며 공간이 갖는 여러 의미를 차근차근 살핀다. 그렇게 10인의 거장을 만난 뒤 책을 덮으면 독자는 현대미술의 중심이 관객이 됐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신은별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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