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된 뼈나 조직이 자랄 때까지 자리를 대신 유지해주는 재생·재건용 의료제재를 3차원(3D) 프린팅으로 제작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 의료제재는 기존의 뼈와 조직이 재생되는 2,3년 뒤면 스스로 분해되며 사라져 환자들의 고통과 불편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14년 ‘신산업창조프로젝트’에 선정된 한국산업기술대 사업단이 2년간의 연구 끝에 국내 최초로 3D 프린터를 이용해 재생ㆍ재건용 의료제재를 제작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31일 밝혔다.
미래부에 따르면 이번에 개발된 의료제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분해성 고분자 폴리카프로락톤(PCL)이나 뼈의 재생을 유도하는 물질인 제3인산칼슘(TCP)으로 제작된다. 또 두 재료를 섞어 만들 수도 있다. 특히 뼈나 조직이 손상을 입었을 때 필요한 곳에 이식한 뒤 시간이 지나며 녹아버리기 때문에 따로 빼내는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 기존 의료제재는 티타늄과 실리콘 등 분해되지 않는 물질로 제작돼 몸 속에서 염증 등의 부작용을 일으켰다.
공기 중 수분과 접촉하면 서서히 분해되는 성질을 가진 PCL이나 TCP 같은 생분해성 물질은 보관이 어려워 시중에서 사용되는 일반 3D 프린팅 장비에선 의료제재 재료로 사용할 수 없었다. 사업단은 당국이 허가하는 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 방식(GMP)으로 PCL이나 TCP를 보관하다 프린터에 바로 투입해 의료제재를 만든 뒤 즉시 진공ㆍ멸균 포장해 병원에 공급할 수 있는 3D 프린팅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번 기술 개발로 환자들은 큰 불편을 덜게 됐다. 그 동안 얼굴뼈 등에 손상을 입은 환자는 신체 다른 조직에서 뼈를 추출해 손상된 결손부위에 맞게 깎은 후 이식해야 했다. 수술도 8시간 이상 소요됐다. 그러나 이번에 개발된 3D프린팅 기술을 적용하면 뼈를 추출하지 않고도 환자 맞춤형 보형물을 만들어 삽입할 수 있다. 수술 시간도 2시간 이내로 줄어든다.
연구진은 PCL로 만든 의료용 두개골 성형재료(메쉬)의 경우 지난 3월 식약처의 허가를 받아 다양한 규격의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기술 개발을 총괄한 윤원수 단장(한국산업기술대 교수)은 “3D 프린팅으로 제작한 환자맞춤형 생분해성 의료제재는 이미 안면윤곽재건 수술 임상 시험을 거쳐 국내 병원에 시판되고 있다”며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 최소한의 장기 기능을 하는 ‘장기 유사체’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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