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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들이 방해꾼 미세먼지, 우울증에 자살까지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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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들이 방해꾼 미세먼지, 우울증에 자살까지 부른다

입력
2015.04.0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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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세포에 염증, 호르몬 분비 막아

농도 짙어질수록 자살률도 증가

허가받은 보건용 마스크 착용

삼겹살은 오히려 유해 물질 흡수

황사가 잦았던 데다 바람도 잘 불지 않아 미세먼지가 어느 때보다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미세먼지는 호흡기질환뿐만 아니라 우울증 등 정신질환까지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고대구로병원 제공
황사가 잦았던 데다 바람도 잘 불지 않아 미세먼지가 어느 때보다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미세먼지는 호흡기질환뿐만 아니라 우울증 등 정신질환까지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고대구로병원 제공

‘봄나들이 방해꾼’ 미세먼지와 황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민간 기상업체 케이웨더에 따르면, 지난 3월 한달 간 전국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공기 1㎥ 당 66㎍(마이크로그램ㆍ100만분의 1g)으로 지난해 3월(56㎍/㎥)보다 10㎍ 정도 올라갔다. 올해 황사가 잦았던 데다 바람도 잘 불지 않아 미세먼지가 공기 중에 계속 쌓였기 때문이다.

미세먼지와 황사는 천식뿐만 아니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호흡기 질환을 악화시킨다. 그럼에도 미세먼지와 황사에 의식하고 있지만 별다른 대응을 하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2월 말 전국 성인 6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5%가 “미세먼지 때문에 불편하다”고 했다. 하지만 미세먼지 ‘나쁨’ 수준이 예보됐을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은 10명 가운데 3명(29%)뿐이었다. 특히 60세 이상은 마스크 착용률이 51%인데 반해 19~29세 19%에 불과했다. 그런데 미세먼지가 호흡기 질환뿐만 아니라 우울증, 자살까지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호흡기 질환뿐 아니라 우울증ㆍ자살까지

미세먼지가 많아지면 천식, COPD, 폐암 등 호흡기 질환뿐만 아니라 우울증도 유발한다. 신동천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폐를 통해 혈액으로 들어간 먼지나 호흡기의 후각세포를 통해 직접 뇌에 도달한 미세먼지가 뇌를 먹여 살리는 지지세포에 미세 염증을 일으키면 감정을 안정시키는 세로토닌 호르몬 분비가 잘 되지 않아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또한 미세먼지와 오존 등이 자살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김도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2006~2011년 전국 79개 시 251곳의 오염지수와 자살률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미국 과학저널 PLOS(Public Library of Science)지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미세먼지(PM-10)가 발생해 1주일 기준으로 대기 중 농도가 37.82μg/㎥ 늘어날 때마다 자살률은 3.2%씩 증가했다. 오존 농도도 1주일간 0.016ppm 늘어나면 자살률이 7.8% 높아졌다. 김 교수는 “미세먼지나 오존 등이 중추신경계 면역체계와 신경전달물질을 교란하거나 평소 질환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기오염이 계속되면 몸 안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고 자살을 유발할 수 있는 기분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오존은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대사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자살 위험을 높이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HEPA 필터 장착 진공청소기 써야

따라서 미세먼지나 황사의 ‘나쁨’ 예보가 발령되면 되도록 외출을 삼가야 한다. 하지만 미세먼지 주의보나 경보가 발령했을 때 가능한 한 실외활동을 피하는 것이 낫다. 늘 마스크를 가지고 다니다가 스마트폰 앱이나 인터넷(airkorea.or.kr)으로 실시간 미세먼지 수준을 확인해 마스크를 쓰는 것이 좋다.

미세먼지나 황사를 잡기 위한 마스크는 일정 조건을 갖춰야 한다. 우선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약외품 ‘보건용 마스크’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 황사 마스크와 방역용 마스크가 따로 분리돼 있었다가 올해부터 보건용 마스크로 통일됐다. 보건용 마스크는 분진 포집 효율 시험, 안면부 흡기 저항 시험, 누설률 시험 등을 통과해야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분진 포집 효율은 미세먼지를 얼마나 잘 걸러는 지를 나타낸다. 마스크를 영상 38도와 영하 38도, 습도 85%의 극한 상태로 24시간 둔 뒤 소금과 에어로졸(평균 크기 0.6㎛)이나 파라핀오일 입자(평균 크기 0.4㎛)를 정해진 양과 속도로 마스크에 쬐어 통과한 양을 잰다. 황사 방지용으로 쓰는 KF(코리아 필터) 80 등급은 입자가 80% 이상 걸러졌음을 의미한다. KF94와 KF99는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SARS)이나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까지 차단할 수 있다.

안면부 흡기 저항은 마스크를 썼을 때 숨을 얼마나 잘 쉴 수 있는지를 의미한다. KF80 마스크는 섬유가 덜 촘촘해 KF94나 KF99보다 숨쉬기가 쉽다. 따라서 나이가 많은 사람이나 폐나 심장 질환을 가진 사람, 임신한 여성, 어린이는 사양이 높은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게 좋다.

누설률 시험은 중간에 새는 정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누설률은 깨끗하게 면도한 10명에게 마스크를 쓰게 한 뒤 염화나트륨 에어로졸을 뿌리며 러닝머신 위에서 시속 6㎞로 2분 간 ‘가나다라마’ 문장을 큰 소리로 말하게 측정한다. 그런데 누설률은 사용자의 얼굴에 얼마나 밀착되는지에 따라 성능이 달라진다.

미세먼지를 막기 위해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리는데 지난해 서울대 연구팀의 연구결과에서도 드러났듯이 효과가 없다. 또한, 적지 않은 사람이 효과를 높이려고 마스크를 이중 착용하거나 마스크 안에 휴지나 부직포를 넣기도 한다. 이는 오히려 마스크와 얼굴 사이에 틈을 만들어 먼지가 쉽게 들어올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진공청소기를 사용한다면 가급적 HEPA 필터가 장착된 것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명준표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공기청정기 역시 실내에서 가동할 때 미세먼지 농도를 줄일 수 있는데 정전식 필터나 HEPA 필터 등 미세먼지를 제거할 수 있는지를 꼭 살펴보고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미세먼지에 좋은 음식으로는 배, 미역, 마늘 등이 알려져 있다. 배는 폐의 염증에 좋으며, 미역은 중금속 배출 효과가 탁월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삼겹살 등의 돼지고기류는 지방이 유해 물질의 체내 흡수율을 높이기 때문에 피하는 편이 좋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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