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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연탄불 피우기

입력
2015.11.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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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김이 풀풀 나는 국밥 한 그릇과 따뜻한 커피 한 잔이 가능할 것이다. 재래시장에 가면 겨울 한 철을 넘길 수 있는 두툼한 스웨터 한 벌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추운 겨울 냉기를 몰아낼 연탄 20장을 장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연탄은 장 당 공시가격이 최근 5년 내내 496원으로 변함이 없다. 평균생산비를 700원으로 산정하고 있지만 서민생활 보호 차원에서 정부가 한 장에 204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 ‘사랑의 연탄’은 ‘사랑의 김장’과 함께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아름다운 행렬이다. 전국 주요도시의 연탄은행(www.babsang.or.kr)과 나눔코리아(www.nanumkorea.go.kr) 등에서 사랑의 연탄 배달운동을 펴고 있다. 그런데, 올해는 심각한 경제난으로 관심이 예전 같지 않아 걱정이 많은 모양이다. 저소득층 장애인 독거노인 등의 연탄 수요량은 10% 이상 늘었는데, 후원과 봉사를 신청하는 경우는 절반 이상 줄었다고 한다. ◇◇은행, △△기업 등에서 ‘사랑의 연탄 배달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들이 다소 뜸해졌다.

▦ 연탄불 하나를 피우는데도 부익부빈익빈 현상마저 없지 않다. 은행이나 기업이 몰려있는 대도시에는 “또 연탄이냐? 연탄만으로 겨울을 나느냐?”는 말이 나오는 곳도 있다. 하지만 농어촌과 소도시의 경우 여전히 장 당 100원 정도의 웃돈을 주고 배달을 시키거나 직접 몇 장씩 구입하여 들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 전달체계의 문제도 있다. 기초수급자로 등록되어 있는 곳으로 집중된다는 얘기다. 서류상 대상자가 아니면 지원이 불가능하도록 돼있다. 사각지대가 넓어지고 말없는 수요자가 갈수록 많아졌다.

▦ 현재 전국적으로 아직도 25만여 가구가 겨울 난방용으로 여전히 연탄을 사용하고 있다. 연탄은행이나 나눔코리아 등에서 사랑의 연탄을 배달해 주는 대상은 지난해까지 그 10%인 2만5,000여 가구였다고 한다. 예년 같으면 이때쯤이면 사랑의 배달을 기다리는 연탄이 창고에 빼곡히 쌓여 있었다는데 올해는 그렇지 못한 모양이다. 연탄불은 20여 개의 구멍에서 나오는 불꽃이 균일하여 온기가 골고루 퍼지는 게 특징이다. 소외된 곳까지 ‘1만원의 행복’이 골고루 퍼져 쌓이도록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정병진 논설고문 bj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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