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롯데케미칼이 장부를 조작해 수백억 원대의 세금을 탈루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 19일 롯데케미칼 전 간부 김모씨를 긴급체포 했다. 김씨는 롯데그룹 수사 이후 신병이 확보된 첫 번째 인물로 검찰 수사가 본궤도에 오른 신호탄으로 읽힌다.
서울중앙지검 롯데그룹수사팀은 19일 오후 6시 롯데케미칼 재경부 간부를 지낸 김씨를 긴급 체포했다고 20일 밝혔다. 김씨는 롯데케미칼이 부가세 및 법인세 270억원 상당을 탈루한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굴지의 대기업이 정부에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저지른 범죄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밝혔다. 2014년에 롯데케미칼에 서 퇴사한 김씨는 세금 포탈과 관련된 장부 등 증거를 인멸한 혐의도 적용됐다.
롯데케미칼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주력 계열사로 꼽히는 만큼 검찰이 신 회장을 향해 수사망을 좁히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호남석유화학이 전신인 롯데케미칼은 신 회장의 지휘로 대형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며 롯데쇼핑과 더불어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부상했다. 신 회장이 경영권 다툼을 거쳐 그룹 후계자 자리에 오르기까지 전초기지 역할을 해온 계열사다.
롯데케미칼의 비위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에 대한 소환 조사도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실장은 1990년 신 회장이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부임한 이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롯데케미칼을 비롯해 그룹 내 대형 프로젝트를 도맡아 왔다.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 등으로부터 석유화학 원료를 수입하면서 ‘계열사 끼워 넣기’ 수법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에 대해 수사를 받고 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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