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경제난으로 혼란에 휩싸여있는 베네수엘라의 중앙은행에 권총을 든 괴한이 침입, 인질극을 벌이다 사살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2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 용의자는 중앙은행 건물에 진입하며 은행장 사무실을 수소문한 것으로 알려져 베네수엘라 통화당국의 잇단 정책실패와 인플레이션에 불만을 품은 범죄로 추정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정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도심에 위치한 중앙은행 건물에 권총으로 무장한 한 남성이 진입했다. 남성은 소지한 권총으로 인해 은행 출입구 금속탐지기가 경보를 울리자 곧바로 총을 발사했고 현장 보안요원 2명이 다쳤다. 괴한은 총을 쏘면서 “은행 간부들의 방이 어디 있느냐”고 소리를 지르며 건물 1층 민원실에 줄을 서 있던 한 여성을 인질로 붙잡은 후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용의자는 4층과 5층을 연결하는 계단에서 보안요원들과 총격전을 벌이다 현장에서 사살되면서 상황은 종료됐다.
사건 직후 넬손 메렌테스 베네수엘라 중앙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다행히 총에 맞은 요원들의 상처가 가벼우며 민간인 피해자는 없었다”며 “침입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으며 용의자의 신원은 아직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중앙은행 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용의자는 자신의 가방 안에 폭탄이 들어 있다고 주장하며 총을 쐈다”고 전했다.
유가폭락 후 재정난과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생필품마저 구하기 어려워진 베네수엘라에선 약탈, 살인 등 갖은 중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실상 불법무기 통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대중을 겨냥한 총기난사도 심심치않게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동안 정부 청사건물 내에서 범죄가 벌어진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고 지적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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