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왕자’ 유아인의 벅찬 환희가 화제에 오른 하루였다. 연기 입문 11년 만에 ‘정상’에 오른 그에게 갈채와 축하가 쏟아진 날이었다.
유아인은 지난 26일 오후 서울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생애 첫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올해 개봉작 중 최고 흥행 기록을 지닌 ‘베테랑’과 추석 대목을 장악했던 ‘사도’에서 무르익은 연기를 선보이며 절정의 인기에 달한 그였기에 스포트라이트가 더 쏟아졌다. 결손 가정의 아들 등 불후한 환경에 처한 청춘으로 등장하며 눈물을 화면에 흩뿌렸던 유아인의 밝은 미소는 이날 더욱 빛을 발했다. 연기력과 인기를 한 손에 거머쥔 스타로서 화려한 ‘대관식’을 치렀다.
이날 시상식 초반부터 유아인은 행사를 빛냈다. 신인상 시상식에 나선 유아인은 선배 배우 문정희와 문답을 주고 받으며 분위기를 데웠다. ‘베테랑’을 통해 유행어로 만든 “어이가 없네?” 대사를 시연해 긴장감을 누그러트리기도 했다. 흐트러짐 없이 빗어 넘긴 머리와 깔끔한 벨벳 턱시도가 청춘스타의 청아한 이미지에 고급스러움을 포갰다.
‘사도’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유아인의 이날 수상은 당연하면서도 예상 밖이었다. 경쟁 후보들의 면면이 쟁쟁했다. ‘사도’의 송강호, ‘암살’의 이정재, ‘베테랑’의 황정민,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의 정재영이 후보 명단에 함께 올랐다. 스크린 이력만 20년 안팎인 40대 이상의 노련한 배우들이었다. 서른 문턱을 앞둔 유아인으로서는 대선배라 할 후보들을 꺾고 트로피를 거머쥐었으니 기쁨이 남다를 만도 했다.
“시상을 하려고 청룡에 참여했는데”라며 시작한 감격 어린 수상 소감도 인상적이다. 그는 “청심환까지 먹고 왔다”며 “행복하고 자랑스러운 순간보다 부끄럽고 민망한 순간이 더 많았다. 매 순간 부끄러운 일로 성장하고 다그치고 또 성장하는 그런 배우, 인간이 되겠다”고 말했다. 여러 인터뷰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서 일관했던 차분하면서도 어른스러운 발언에 갈채는 더 뜨거웠다.
SNS와 기사 댓글에도 유아인을 향한 환호가 넘쳤다. “어제 시상식에서 다양한 매력을 보여줬던 유아인… 덕분에 시상식이 더 재미있었다는…”(yeob****), “어이가 없네… 멋졌음”(bobo****) 등이 글이 올려졌다. 중년 배우들이 호령하던 충무로에서 오랜만에 젊은 배우의 포효를 볼 수 있었기에 나온 환대들이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