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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제품 못 믿겠다” 행동 나선 소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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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제품 못 믿겠다” 행동 나선 소비자들

입력
2016.07.3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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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내가 쓰는 탈취ㆍ소독제는…”

위해성에 대한 불안감 확산

환경단체 ‘팩트체크’ 캠페인

“유럽처럼 모든 성분 공개를”

LG생활건강이 판매하는 신발 탈취제 '신발을 부탁해' 제품 사진. 구체적인 화학성분 표기 없이 ‘탈취제, 살균제, 향료’라고 표시돼 있어 소비자가 유해성을 따지기가 쉽지 않다. 환경운동연합 제공
LG생활건강이 판매하는 신발 탈취제 '신발을 부탁해' 제품 사진. 구체적인 화학성분 표기 없이 ‘탈취제, 살균제, 향료’라고 표시돼 있어 소비자가 유해성을 따지기가 쉽지 않다. 환경운동연합 제공

대구에 사는 계모(33)씨는 이달 초 대형마트에 들러 스프레이형 신발탈취제 ‘신발을 부탁해’(LG생활건강)를 구매했다. 제품을 사용하던 계씨는 문득 탈취액이 어떤 성분으로 이뤄져 있는지 궁금했다. 계씨가 제품 뒷면의 성분표시란을 살펴봤지만 ‘에탄올, 베이킹소다, pH조절제, 탈취제, 살균제, 향료’라고 쓰여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화학물질이 포함됐는지는 알 수 없었다.

계씨는 환경운동연합의 도움을 구해 최근 업체 측으로부터 제품에 들어간 화학물질성분과 기능에 대해 답을 들었다. 답변서에서 LG생활건강 측은 ‘살균제의 주요성분으로 에탄올과 극소량의 티아벤다졸(Thiabendazole)이 들어가 있으며, 티아벤다졸의 경우 일본, 미국 등에서 식품첨가물로도 허가 받은 성분이다. 제품에 사용된 양은 식품안전기준에 비해 훨씬 안전한 수준으로 처방됐다’고 밝혔다. 계씨는 “설명을 들으니 안심이 됐지만, 애초부터 제품에 자세하게 쓰여 있다면 이런 수고도 불필요했을 것”이라고 31일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의 폐해가 낱낱이 드러난 데 이어 최근 에어컨 항균필터에서도 유독물질이 검출되자 기업에 직접 제품 성분을 알려달라고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나타나고 있다. 화학물질의 위해성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면서 내가 쓸 제품의 안전을 직접 확인하겠다는 움직임이다.

소비자들이 직접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는 현행법이 화학제품의 성분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시행된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은 소독제와 탈취제 등 생활화학제품 15종에 대해 정부가 지정한 유독물질 870종이 사용된 경우에만 겉면에 성분을 표기하도록 했다. 15종 생활화학제품에 해당하지 않는 공산품은 아예 이런 의무조차 없다. 하지만 제품에 포함된 화학물질들에 대해 100%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는 일이 생기면서 성분 공개 요구가 고조되고 있다.

성분에 대한 답변을 받는 것으로 걱정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계씨가 신발탈취제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한 티아벤다졸의 경우 정부가 지정한 유독물질이 아닌 것은 맞지만 사용 방식에 따라 위해성이 있을 수 있다. 안전보건공단에서 티아벤다졸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검색한 결과 ‘흡입은 유해할 수 있다’며 ‘발진, 가려움(증), 구토, 경련 등 가능성이 있다’고 명시돼 있다. 스프레이형 신발탈취제를 뿌리면서 흡입하는 일을 피해야 한다는 뜻이다.

직장인 곽모(29)씨는 “화장품에는 성분 표시가 잘 돼 있어 인터넷 검색을 통해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었지만, 샴푸나 비누 등에는 어떤 물질이 들어갔는지 적혀있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런 불만이 나오자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7일부터 소비자 대신 화학제품 제조ㆍ판매 업체에 성분 공개를 요청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는 ‘팩트체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황성현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가습기 살균제 교훈 덕분에 기업들이 대체로 협조하는 편이지만, 일부는 여전히 영업비밀을 이유로 특정 물질을 비공개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장하나 국회 가습기 살균제 특별위원회 예비조사위원은 “지금처럼 특정 제품군을 한정해서 관리하는 방식으로는 사각지대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유럽처럼 화학제품 물질 성분을 모두 공개해 소비자 스스로가 위험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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