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법칙의 특성-파인만의, 일반인을 위한 최초이자 마지막 물리학 강의
리처드 파인만 지음ㆍ안동완 옮김
해나무 발행ㆍ264쪽ㆍ1만3,800원
20세기의 걸출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1965년 ‘양자전기역학(QED)’ 이론을 정립한 공로로 줄리언 슈윙거, 도모나가 신이치로와 함께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양자전기역학이란 무엇일까?
전공자들에게 ‘빨간 책’이라 불리는 ‘물리학 강의’는 일반인이 읽기 힘들다. 쉽게 접할 수 있는 ‘파인만씨, 농담도 잘 하시네!’ 같은 책들은 대개 전기, 자서전, 일화집 등이다. 이런 스토리만으로 ‘물리학을 쉽고 명확하게 설명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거장’으로 잘 알려진 파인만의 면모를 제대로 알 수는 없는 법이다. 무슨 수가 없을까? 재개정되어 나온 ‘물리 법칙의 일반적 특성’은 일반인이 파인만의 물리 강연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1964년 파인만은 미국 동부의 명문 코넬대에서 일반 대중을 위한 물리학 강연을 요청 받았다. 이 강연은 BBC 텔레비전으로 방영되었고 뒤에 책으로 출간됐으며 ‘물리 법칙의 이해’는 바로 그걸 번역한 것이다. 7시간여에 걸친 이 강연에서(코넬대 ‘코넬캐스트’에서 볼 수 있다) 파인만은 뉴턴의 중력 법칙, 물리학과 수학과의 관계, 보존 및 대칭성의 원리, 시간의 비가역성, 그리고 양자역학에서의 확률 및 불확실성 등 중요한 과학적 문제를 설명하고, 이 모두를 아우르는 물리 법칙의 특성으로서 불변성과 보편성을 강조한다. 첫 시간 강연 ‘중력법칙, 물리 법칙의 한 예’ 말미에는 이 책 전체의 핵심이 잘 드러나 있다.
“캐번디시 실험의 작은 태양계 모형, 즉 서로를 끌어당기는 두 구슬은 100만의 1,000만 배로 확대해야 태양계 규모가 된다. 태양계를 다시 100만의 1,000만배로 확대하면, 역시 정확히 똑같은 중력법칙에 의해 서로를 끌어당기는 은하계들을 만나게 된다. 자연이라는 천에 있는 패턴들은 가장 긴 실로 수놓아져 있다. 그래서 각각의 작은 천 조각이 자연 전체의 조직을 보여준다.”
그는 수식을 쓰지 않고 시종일관 기발한 비유를 들어 물리법칙을 설명하는데, 이 책의 발문을 쓴 영국의 이론물리학자 폴 데이브스조차 학생 때 자신이 들었던 이 강연 덕택에 “과학자로서의 생애 내내 나는 에너지 보존법칙을 젖은 수건으로 몸을 말리는 상황에 비유한 그의 뛰어난 설명을 생생하게 상기했다”고 고백한다.
이 강연에는 엄청난 역설이 숨어 있다. 제2강 ‘물리학과 수학의 관계’에서 파인만은 물리법칙을 탐구하는 데 있어서의 수학의 중요성, 특히 응용수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수학을 모르는 사람은 자연의 아름다움-가장 심원한 아름다움-을 실제로 체험하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또한 “자연을 감상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수학을 이해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두 종류로 구분된다”면서 그는 어느 왕과 유클리드 얘기를 들려준다.
어느 왕이 유클리드에게 기하학을 배우기가 너무 어렵다고 하자 유클리드는 “기하학에는 왕도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수식이 없다는 말 때문에 쉽게 선택한 교양과학책에서 수학 공부를 해야만 하는 필연적 이유를 발견하게 된 내가 느껴야 할 감정은 배신감일까, 깨달음일까?
이형열 과학책 읽는 보통 사람들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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