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총장 선출 뒤 회의실에 발 묶여
음료 반입과 화상실 출입만 허락
이사 2명 건강 나빠져 병원 후송
경기 오산시 한신대학교 이사진들이 신임 총장 선출 과정에 불만을 품은 학생들에 의해 14시간 동안 감금됐다.
1일 한신학원과 한신대학생회 등에 따르면 학교법인은 이극래 이사장 등 이사 12명과 감사 2명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 31일 이사회를 열고 제7대 총장에 강성영(53) 교수를 선임했다.
그러자 총학생회ㆍ교수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한신대학교 비민주적 총장 선출에 관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총장 선출 재 논의를 요구하며 이사회가 끝난 이날 오후 8시40분부터 이사진들의 귀가를 막았다.
김모(신학과3) 군 등 학생 40여명이 출입구를 막는 바람에 본관(장공관) 3층 회의실에 머물고 있는 이사진들은 학생 동행 하에 화장실 출입만 가능한 사실상 감금 상태로 14시간을 지냈다. 이 과정에서 K이사는 건강악화를 호소, 1일 0시40분쯤 동탄 한림대병원으로 후송된 데 이어 O감사도 오전 9시50분쯤 혈압으로 인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학생들은 장공관 회의실 출입문에 테이블과 의자 등을 쌓아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교직원들을 제외한 외부인들의 출입을 막았다.
학생회는 “학생과 교수진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Y교수가 안되고, 교수들이 꾸린 선거관리위원회의 2인 추천에도 들지 못한 교수가 된데 항의하는 학생들을 공권력을 동원해 탄압하려 한 이사회를 규탄한다”고 항의했다.
학생회는 ▦강성영 신임총장 사퇴 ▦이사회 사퇴 ▦총장선출 재논의 등이 담긴 요구안을 만들어 이사회에 제출하고, 이날 오후 5시 점거하던 이사회 회의실을 빠져 나와 자진 해산했다.
총장 직선제를 주장해 온 총학생회와 교수협의회는 앞서 3월 21~23일 4명의 총장 후보를 놓고 투표를 해 Y교수를 총장으로 추천키로 의견을 모았다. 이후 투표 결과를 공문형식으로 이사회에 전달하려 했으나 거부당하자 28일 8시간 가량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한신대학교 관계자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추천은 법적 의무가 아니며, 이사회를 통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총장을 선출했기 때문에 결과가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이사진들이 대부분 노령인데다 식사를 거르기도 해 사태가 장기화했다면 자칫 탈진환자가 생길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신임 총장으로 선출된 강 교수는 한신대 학ㆍ석사를 거쳐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97년 한신대 교수로 부임했다. 현재 사단법인 김재준 목사 기념사업회 이사, 한국기독윤리학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이범구 기자 eb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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