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은 7시간 동안 어디서 무얼 했나. 19일 방송된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가 본격 추적에 나섰지만 끝내 마지막 퍼즐은 맞추지 못했다. 90분 특별 편성까지 하며 대대적으로 예고했던 터라 속 시원한 해답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겐 다소 허탈함을 안기기도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행적을 알 수 없는 7시간과 최순실 게이트가 연관돼 있다는 각종 의혹들이 신빙성 높은 ‘합리적 의심’이라는 것을 각종 제보와 증언을 통해 확인하면서 진실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갔다.
세월호 참사 당일 첫 보고를 받은 뒤 무려 7시간 만에 나타나서는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착용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드냐”며 사태 파악을 전혀 못한 듯 엉뚱한 질문을 하던 박 대통령의 숨겨진 행적과 관련해 그간 성형시술설과 프로포폴 투약설 등이 거론돼 왔다. 제작진은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병원 측의 거짓 해명과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박 대통령 주사제를 대리처방한 차움병원 측은 세월호 참사 당일 전후로는 박 대통령이나 최씨가 병원을 이용한 적이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제보자들은 “병원 측에서 기록을 삭제하고 내부 입단속을 하고 있다”고 알려왔다. 충분히 의심을 살 만한 정황이다.
더 나아가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던 2010년경 한 바이오업체로부터 줄기세포 시술을 받았다는 제보와 증거 자료까지 확보했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사회적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명백한 불법 행위다. 당시에도 박 대통령의 곁에 최씨가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바이오업체의 파산 이후 차움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온 사실을 확인한 제작진은 그간 박 대통령이 줄기세포 규제완화를 일관되게 추진해온 이유가 일종의 대가성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은 국가 안보와 관련돼 있어 밝힐 수 없다는 청와대의 주장도 정면 반박했다. 한국보다 훨씬 더 많은 테러 위협에 직면해 있는 미국만 해도 시간대별로 대통령의 위치와 집무 내용을 백악관 홈페이지로 알린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맞서 청와대는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당일에 홈페이지 ‘오보 괴담 바로잡기’ 코너를 통해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시간에 따라 공개했다. 또 “청와대에는 관저 집무실, 본관 집무실, 비서동 집무실이 있으며 이날은 주로 관저 집무실을 이용했다”고도 밝혔다. 지난 2년간 각종 의혹을 괴담 취급하며 함구하던 것과는 달라진 대응이다. 청와대가 이 문제를 얼마나 민감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청와대 공개 정보에서도 대통령 보고는 서면과 유선으로만 이뤄졌을 뿐 대면 보고는 한 차례도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청와대의 해명은 의혹만 더 키웠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2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관저집무실을 이용했다는 건 출근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는 “관저집무실은 대통령이 출근 전이나 퇴근 후 관저에서 이용하는 곳”이라며 “그 긴박했던 시간에 출근 않고 뭘 했는가”라고 비판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방송 말미에 “우리는 묻고 또 물었다. 진심을 다해 수많은 이들을 만났고 최선을 다해 자료를 분석했다. 하지만 끝내 마지막 퍼즐을 맞출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일종의 ‘최후통첩’으로 이날 방송을 마쳤다. “대통령 스스로가 밝혀야 한다. 이제 대통령은 답해야 한다. 7시간 동안 왜 대통령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는가”라고. 미완성 퍼즐의 마지막 조각은 ‘통렬한 자기고백’이라는 것이다.
이날 방송은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집계에서 전국 시청률 19%를 기록했다. 지난주보다 무려 10% 이상 치솟았다. 리얼타임시청률조사회사 ATAM에서는 서울수도권 700가구 기준으로 평균 시청률 27.15%로 집계됐다. 국민적 관심이 반영된 결과다.
방송 이후 네티즌은 “제보자들이 진짜 대단한 것 같다. 용기내어 주셔서 정말 고맙고 이 사회가 그들을 보호할 수 있길 바란다”(dr****) “너무 큰 기대를 했었나 싶기는 하지만 그 정도면 그래도 냄새는 충분히 풍겼고 방향도 다 잡아준 거 아닌가 싶다”(mik****) “마지막 퍼즐을 찾지 못했다 하고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노래가 나온 것은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제 용기를 내라고 독려하는 메시지일지도”(tru****) 등의 의견을 SNS에 올리며 진실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달 초부터 사회관계망 서비스 등을 통해 세월호 참사와 최순실 게이트 관련 제보 공지를 내보내면서 큰 관심을 받아 왔다. 공지글 리트윗만 수십만 건에 달했다. 실제로 무수한 제보가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7시간의 비밀을 다룬 19일 방송에 이어서 26일 방송에서는 박 대통령과 최태민ㆍ최순실 일가의 40년 인연을 파헤칠 예정이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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