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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재일동포 배우들 인터뷰 사절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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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재일동포 배우들 인터뷰 사절 속내는?

입력
2016.03.0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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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감독(왼쪽부터)과 배우 강하나 김민수 이승현이 지난달 14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에서 열린 영화 ‘귀향’ 시사회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와우픽쳐스 제공
조정래 감독(왼쪽부터)과 배우 강하나 김민수 이승현이 지난달 14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에서 열린 영화 ‘귀향’ 시사회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와우픽쳐스 제공

일제강점기 위안부 피해자들의 상처를 담아내 상업성이 떨어진다는 예단을 받았던 영화 ‘귀향’이 개봉 6일만인 1일까지 15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여주인공 강하나가 관객과 만나는 모습을 찾아 볼 수는 없다. 강하나 뿐만 아니다. 일본군으로 출연한 재일동포들도 적극적인 공개 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 갈채 받아야 할 출연배우들이 자신들의 모습을 나타내지 못하는 사연에는 ‘귀향’이 제작과 개봉 과정에서 겪은 애로와 아픔이 담겨있다.

1일 ‘귀향’의 조정래 감독과 배우 손숙 황화순 최리 정무성 류신 등은 서울 성동구 CGV왕십리와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를 들르며 바쁜 하루를 보냈다. 3ㆍ1절을 맞아 진행된 무대인사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들은 잠깐 인사만 하고 무대에서 내려왔다.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를 즐기는 여느 무대인사 행사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영화가 개봉되기 전 이뤄진 언론 시사회와 기자간담회, 인터뷰 등에서도 ‘귀향’의 재일동포 배우들은 모습을 드러내기 보다 감추기에 더 전념하는 모양새였다. 이들은 시사회 전 무대인사에만 간간이 얼굴을 비추며 자리를 잠시 빛내고는 사라졌다. 영화의 주인공인 정민을 인상적인 연기로 보여준 강하나(17)와 일본군 기노시타를 연기한 정무성 등은 재일동포다. 이들에게 관심이 쏟아지고 언론사들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데도 영화사는 완곡한 거부 의사만 내비치고 있다. 인터뷰 등에 적극 나서며 영화 홍보에 발 벗고 나서는 이는 조 감독 밖에 없다. 배우들의 신변보호를 위해서다. 조 감독은 “‘귀향’에 출연한 재일동포들은 실제 배우가 아니라 재능기부로 출연해준 고마운 분들”이라며 “목숨을 내걸고 영화를 찍은 분들이라 보호해줘야 한다”고 최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밝혔다. 조 감독은 “배우들의 자세한 신상조차 공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주연배우에 대한 정보도 단편적이다. 강하나는 영화 속 노리코를 연기한 재일동포 3세 배우 김민수의 딸로 재일동포 4세다. 악역을 자처한 정무성은 재일동포 2세 사업가이고, 또 다른 일본군 요시오를 연기한 류신은 재일동포 3세다. ‘귀향’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일본에서 생활해야 하는 분들이라 조 감독이 촬영 전부터 신변을 보호해줘야 한다고 못박았다”고 전했다.

강하나는 지난해 6월 MBC 시사프로그램 ‘시사매거진 2580’과의 인터뷰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귀향’의 제작 과정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강하나가 “일본군에게 겁탈당하는 장면을 찍고 마음의 부담이 컸다”, “(일본)군인들이 너무 잔인하고 또 가장 충격적이었던 장면이 소각장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이) 다 살아있는데 총을 맞고 불태워졌던 것” 등의 발언을 한 방송 내용을 일본 우익 블로거들이 일본어로 번역해 인터넷에 공개했기 때문이다. 강하나의 신상은 온라인에 공개됐고, 강하나는 악의적인 댓글로 상처를 입었다. 극단을 운영하는 어머니 김민수를 따라 영화 오디션을 본 뒤 꼭 연기해보고 싶다며 부모를 설득해 영화에 출연하게 된 10대 소녀에겐 너무도 가혹한 경험이었다. ‘귀향’ 관계자들이 강하나를 보호하기 위해 국내 언론과의 접촉을 사전에 막고 있는 이유다. 지난달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에서 일본 관객들을 대상으로 열린 시사회를 제외하고 강하나가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적은 없다.

영화 ‘귀향’의 한 장면. 와우픽쳐스 제공
영화 ‘귀향’의 한 장면. 와우픽쳐스 제공

영화 속에서 일본군 등 단역으로 출연한 몇몇 재일동포들은 엔딩크레딧에 가명을 올리기도 했다. 영화를 위해 자비를 털어 비행기로 한일 양국을 오가며 영화 출연 용기를 낸 이들이지만 실명 노출로 인해 가족들에게 피해가 갈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조 감독은 “일본에 가족들이 모두 살고 있는 재일동포들 입장에서는 혹시라도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한다”며 “언론과 관객들이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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