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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에 묻혀 제 빛 못내는 이슬람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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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에 묻혀 제 빛 못내는 이슬람 과학

입력
2015.01.2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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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알 하이삼은 이슬람 국가인 이라크 남동부 바스라 출신이다. 오래간 편견에 묻혀 제 빛을 내지 못한 이슬람 문명의 업적은 이처럼 광과학 뿐 아니라 연금술, 천문학, 심지어는 수학에까지 묻어있다.

예언자 무함마드 등장 이후 광범위한 지역을 점령한 이슬람 세력은 그리스 철학이나 의학 등 헬레니즘 문명과 만나 비약적 과학 발전을 거듭한다. 이슬람 문명이 절정에 달한 7~11세기 서양은 과학의 암흑기라 불리는 중세시대를 지나고 있었다. 반면 이 기간 이슬람은 압바스 왕조(750~1258)를 만나 과학 부흥의 시대를 연다. 과학자는 최고로 존경 받는 직업이 됐고, 이들이 번역ㆍ해석한 그리스 고전들이 더 많은 이들에 읽히기 시작한다. 당시 칼리프(이슬람 국가의 최고 권력자)나 재력가, 지식인들은 필요한 책을 구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학자들을 지원했다.

이슬람 역사에서 학문적으로 가장 훌륭한 통차자로 꼽히는 마문 아부 알 압바스 압드 알라(알 마문)은 재위 당시(813~833) 수도였던 바그다드에 학문연구소 ‘지혜의 집’을 세웠다. 저명한 이슬람 학자들은 이곳에서 그리스 서적을 아랍어로 번역하고 연구에 몰두했다. 알 마문은 이슬람 세계에 세속 혹은 이단이라 여기던 과학을 맛보게 했고, 나아가 종교가 과학의 울타리로 역할하게 했다. 종교와 관계가 없는 학문을 철저히 배제하던 중세 서양의 인식과는 달랐다. 사람들은 점차 신이 창조한 자연과 우주를 담는 과학 연구가 신에 도전하는 것이 아닌 신의 섭리를 이해하기 위한 의무로 받아들이게 된다.

탄력을 받은 이슬람 세계는 특히 광과학과 연금술, 천문학, 수학 등 분야에서 활약하기 시작한다. 알 하이삼 등 과학자들은 사막이 많은 지역에 살며 자연스레 빛과 신기루 등 광학현상에 호기심을 키웠다. 사막의 강한 모래 바람으로 많은 이들이 눈 치료를 받게 되자 안구와 시각에 대한 지식도 켜켜이 쌓여갔다.

고대 그리스에서 기원한 연금술 또한 이슬람 특유의 신비주의와 결합하며 체계를 갖춘다. 연금술(alchemy)이라는 단어를 포함해 알코올과 나프타, 나트륨, 알칼리 등 연금술을 통해 발견된 화학물질의 명칭 다수가 아랍어에 기원한다. 이슬람 연금술의 대부인 자비르 이븐 하이얀은 연금술의 이론적 근거인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소 이론을 발전시켜 새로운 황수은설을 정립, 2,000여권의 책을 집필한다. 그의 이론은 유럽 연금술의 기본 원리로 발전해 긴 시간 화학의 중요한 바탕이 됐다. 아울러 이슬람 최고 천문학자인 알 바타니는 태양과 달의 운동을 체계적으로 연구해 1년과 사계절의 길이를 정확하게 측정했고, 알 콰리즈미의 ‘적분과 방정식의 책’은 대수학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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