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팟캐스트(인터넷 라디오) 야권연대’에 나섰습니다. 지난주 정의당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진중권 교수와 더민주의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등 네 사람이 총선 연대와 야권 승리를 목표로 내걸고 뭉쳤습니다.
4일 첫 방송을 시작한 팟캐스트 ‘총선특집. 범야권 공영방송-시민표창양비진샘(시민표창)’은 두 당 인사들이 함께 출연했다는 것만으로도 화제입니다. 비록 야권이라지만 엄연히 총선에서 기호 2번(더민주)과 4번(정의당)으로 경쟁을 펼쳐야 하는 두 당 인사들이 한자리에서 앉아 얘기하는 것이 흔한 것은 아니니까요. 종종 서로 상대를 물고 뜯는 토론 프로그램에서는 이런 그림을 볼 수는 있지만 이 네 사람은 적이 아닌 연합군 성격입니다.
네 사람의 팟캐스트 연대는 손혜원 더민주 홍보위원장의 아이디어로 추진하게 됐다고 합니다. 이미 두 당은 따로따로 팟캐스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의당은 노회찬 전 대표와 유시민, 진중권 세 사람이 ‘노유진의 정치카페’를 3년 째 운영하고 있는데 팟캐스트 순위에서 늘 상위권을 기록하며 많은 고정 팬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더민주는 지난해부터 당의 공식 팟캐스트 ‘진짜가 나타났다’를 방송하고 있습니다. 가끔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이재명 성남시장 등 더민주 주요 인사들이 노유진의 정치카페에 게스트로 출연한 적은 있지만 아예 마주 앉아 공동 진행을 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입니다.
새 팟캐스트의 기획을 맡은 탁현민 홍보부위원장은 “문재인 전 대표 시절부터 두 당은 정책연대를 공식 선언했고, 선거에서도 후보연대 등 다양한 협력 체계를 만들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유 전 장관과 진 교수도 흔쾌히 동의했다”며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과반을 막고 야권 승리라는 결과를 얻기 위해 야권의 지지자들을 한 데 모을 필요가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마침 새 팟캐스트 첫 녹음을 한 3일 더민주와 정의당은 4월 총선에서 인천 내에서 야권연대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더민주와 정의당 인천시당은 정의당 양당 협의대표 1차 회의를 열고 10일까지 야권 연대 지역과 방식을 합의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인데요. 게다가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트(무제한토론)를 함께 하며 두 당 의원들이나 지지자들의 공감대가 어느 때보다 강해졌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연대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선거 전략 차원에서도 팟캐스트가 주로 20~40대 유권자들이 많이 듣는 매체이고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젊은 유권자들을 최대한 많이 투표장으로 이끌어야 하는 것이 야권의 숙제이기 때문에 이번 팟캐스트 연대가 더욱 중요합니다. 각 당에서 ‘말 솜씨’가 상당한 이들의 콜라보레이션이 어떤 ‘케미’를 낼 지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던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들은 첫 녹음 때부터 간단한 자기 소개, 인사말을 끝내자마자 곧바로 민감한 이슈를 건드리기 시작했습니다. 테러방지법 본회의 처리를 막기 위한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던진 야권통합 제안의 파장,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의도,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의 관계 등을 거침없이 다뤘습니다.
특이한 것은 유시민 전 장관과 진중권 교수의 역할 분담입니다. 노유진의 정치 카페에서는 진 교수가 주로 사회를 보고 유 전 장관이 코멘트를 하는 식이었다면 시민표창에서는 유 전 장관이 사회자 역할을 하며 토론을 이끌었습니다. 탁 부위원장은 “진 교수의 ‘한방’을 최대한 살려보기 위한 취지”라며 “아무래도 유 전 장관이 두 당과 다 인연(노무현 정부 당시 장관을 지냈고, 더민주의 전신 열린우리당에서 국회의원을 지냈음)이 있기 때문에 중간자 역할을 하기에 적합한 측면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 교수는 현재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 표 전 교수는 지지자들의 반발에도 김종인 대표와 지도부가 필리버스터 중단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전략적’ 판단의 배경을 설명하자 진 교수는 곧바로 “판단 잘못”이라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유 전 장관은 과거 문재인 전 대표 시절 탈당파나 비주류로부터 ‘친노 비선 실세’로 공격을 받았던 양 전 비서관을 소개하며 ‘친노 비선 실세’라는 말을 짓궃게 꺼내 들었고 양 전 비서관은 “저는 유령입니다”라는 말로 해명하며 웃음을 유발하는 가 하면, 평소 국민의당을 향해 신랄한 비판을 아끼지 않던 진 교수를 향해 “야권 공영 방송이면 국민의당도 같이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핀잔을 하기도 했습니다.
아슬아슬하면서도 민감한 이슈도 가감 없이 건드리는 ‘선수들’의 입담은 네티즌들로부터 호응을 얻는 듯 합니다. 팟캐스트 순위를 따져볼 수 있는 사이트 ‘팟방’ 사이트에서 주말 내내 1위자리를 지키고 있네요. 유명 작곡가 김형석씨가 작곡한 음악들도 방송 중간중간에 분위기를 살려주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시민표창은 총선 때까지 6주 동안 매주 2회씩 12번에 걸쳐 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다만 김종인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 이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사이가 냉랭해 진 점을 감안하면 국민의당 선수까지 이 연대에 참여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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