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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드 닦다 넘어져 갈비뼈 골절…골병 드는 학교 급식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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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드 닦다 넘어져 갈비뼈 골절…골병 드는 학교 급식 노동자들

입력
2016.04.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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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어깨 통증 등 달고 살아

인천교육청, 조리원 감원 계획

“근무 여건 더 열악해 질 것”

인천의 한 학교 급식실 노동자가 근무 중 조리기구에 닿아 생긴 허벅지의 화상 자국을 보여주고 있다. 전국교육공무직 인천지부 제공
인천의 한 학교 급식실 노동자가 근무 중 조리기구에 닿아 생긴 허벅지의 화상 자국을 보여주고 있다. 전국교육공무직 인천지부 제공

인천 A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조리원 박모(57ㆍ여)씨는 지난달 4일 어깨가 움직이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가 수술을 받았다. 병명은 견관절 석회성 힘줄염과 회전근 파열. 11년 넘게 무거운 조리기구와 식재료를 옮기다 얻은 직업병이었다.

박씨는 “(급식실 노동자) 열명 중 아홉은 허리 통증, 손목과 무릎 이상, 손가락 통증과 변형 등에 시달린다”며 “교육청에선 ‘아프면 병가 쓰라’고 말하지만 대체 인력이 구해지지 않으면 동료들한테 미안해 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인천 B고등학교 조리원 김모(50ㆍ여)씨는 최근 급식실 천장에 설치된 후드를 닦기 위해 국통을 밟고 올라갔다가 발을 헛디뎌 미끄러지면서 수도꼭지에 부딪혔다. 통증을 참지 못해 병원을 찾은 김씨는 “갈비뼈 4개가 부러졌고 1개는 금이 갔다”는 진단을 받았다.

인천의 한 학교 급식실에서 조리원 등이 통 등에 올라가 천장에 달린 후드를 닦고 있다. 전국교육공무직 인천지부 제공
인천의 한 학교 급식실에서 조리원 등이 통 등에 올라가 천장에 달린 후드를 닦고 있다. 전국교육공무직 인천지부 제공

산재 추방의 날을 하루 앞둔 27일 인천시교육청에서 열린 인천 급식노동자 증언대회에서 초ㆍ중ㆍ고 급식실 조리원과 배식원들은 열악한 현실에 대한 얘기를 쏟아냈다.

인천 C중학교 조리원 이모(42ㆍ여)씨는 “급식실은 여름에는 아열대, 겨울에는 시베리아 벌판”이라며 “너무 더울 때는 뜨거워진 앞치마에 냉수를 부어 식히고, 너무 추울 때는 장화, 앞치마에 뜨거운 물을 붓는다”고 말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조합인 전국교육공무직 인천본부 최미숙 급식조리분과장은 배식업무를 맡는 배식원을 내년까지 500명 줄이려는 인천시교육청 방침에 우려를 나타냈다. 시교육청은 올해 초 배식원 노동시간을 기존 하루 2시간 50분에서 20분 단축하고 인원 수를 축소하겠다는 지침을 학교에 고지했다. 배식원들은 하루 2시간 30분 근무 기준으로 일당 1만5,900원을 받으며 주 15시간 미만 노동자로 분류돼 퇴직금, 수당 등을 받지 못한다.

지난해 7월 기준으로 인천의 배식원 수는 469개교에 1,743명으로 서울(962개교 1,104명), 경기(2,041명 637명) 등에 비해 많다는 지적이 있다.

최 분과장은 “인천은 타 시도와 달리 조리종사원은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단시간 노동자인 배식원을 늘리는 방법으로 운영돼왔다”며 “배식원 수를 줄인다면 조리원 노동 강도는 높아지고 배식원 근무여건은 더 열악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육공무직 인천본부 측은 이날 급식실 조리원 배치기준(정원)을 상향 조정하고 병가 사용 등을 위한 대체인력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또 배식원 감축 계획 철회와 처우 개선 등도 요구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배식원 수가 비정상적으로 많아 조정하려는 것”이라며 “학교 비정규직에 대한 교육감 직고용 등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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