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판독 추가골 취소 판정에도
검증된 ‘바르샤 듀오’, 진가 발휘
한국, U-20 월드컵 첫 판서 기니 완파
한 마디로 ‘사이다’였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대표팀이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A조 1차전에서 ‘복병’ 기니를 3-0으로 완파했다. 최근 성인 국가대표팀의 연이은 졸전으로 답답해하던 축구 팬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뻥 뚫어주는 승리였다.
신태용 감독은 최전방에 조영욱, 좌우 날개에 이승우와 백승호를 배치했다. 이 삼각 대오는 대회 직전 중요한 평가전 때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그만큼 확실히 검증된 조합이라는 의미다.
한국 선수들은 경기 초반 다소 긴장한 듯 조심스런 경기를 펼쳤다. 반면 기니는 거침 없이 한국 진영으로 침투했다. 특히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쥘스 케이타는 빠른 스피드와 유려한 발놀림으로 한국 수비수를 괴롭혔다. 그를 막은 한국의 오른쪽 수비수 이유현은 전반 중반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흐름을 바꾼 건 ‘에이스’ 이승우였다.
전반 16분 한 차례 멋진 턴을 선보인 그는 전반 36분 진가를 발휘했다. 중앙에서 호쾌한 드리블로 수비를 흔든 뒤 반 박자 빠른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공은 상대 수비 맞고 크게 포물선을 그리며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번 대회 한국의 첫 골. 3만7,000여 명의 팬들 앞에서 이승우는 포효했다.
이승우의 선제골 뒤 한국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적극적으로 상대를 공략했고 정교한 패스로 기니를 위협했다. 케이타에 밀려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던 이유현도 과감한 태클을 선보였다.
전반 막판 이승우는 또 한 번 관중들의 넋을 잃게 만들었다.
이승우가 상대 진영 왼쪽에서 상대 수비 한 명을 완벽하게 제친 뒤 골문 바로 앞에서 패스를 내줬고 달려들던 조영욱이 깔끔하게 밀어 넣었다. 환상적인 이승우의 플레이에 경기장은 또 요동쳤다. 이승우는 동료들과 얼싸안았고 신태용 감독은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쳤다. 하지만 주심이 비디오판독을 하겠다는 의사를 전한 뒤 골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승우가 마지막 패스를 할 때 라인을 넘었다고 판단했다. 축구에서는 공 전체가 완전히 라인을 벗어나야 아웃이다.
한국 선수단은 일제히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고 이승우도 주심에게 뭐가 문제냐고 물어봤지만 심판은 단호했다. 비디오 영상실에서 무선 헤드폰으로 주심에게 전한 의사를 전적으로 신뢰한 것이었다.
한국 선수단에 잠시 긴장감이 감돌았다. 득점 취소가 악재가 될 수 있을 거란 우려가 나왔지만 리틀 태극전사들은 다부졌다. 후반에도 전반과 마찬가지로 리듬이 착착 맞아 들어갔다. 후반 35분 이승우의 발이 또 번쩍였다. 이승우가 날카로운 스루 패스를 찔러줬고 후반 교체로 들어간 임민혁이 밀어 넣었다. 한국은 만족하지 않았다. 후반 35분 가운데서 오른쪽으로 올라간 크로스를 정태욱이 떨궈주자 백승호가 골키퍼 키를 살짝 넘기는 감각적인 칩 샷으로 또 한 번 골 망을 흔들었다. 골키퍼 송범근도 후반에 두 차례 결정적인 선방으로 무실점 승리에 힘을 보탰다.
경기가 한국의 3-0 승리로 끝나자 관중들은 일제히 기립 박수를 보냈다. 안방에서 벌어지는 월드컵에서 1983년 4강 신화 재현을 꿈꾸는 신태용호가 힘차게 첫 발을 내디뎠다.
전주=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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