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 볼티모어의 김현수(28)가 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행사했다. 개막전 (출전 보장)25인 로스터 마감시한까지 남은 이틀 안에 김현수의 방출 또는 로스터 잔류 여부가 정해질 예정이다.
김현수의 국내 에이전시인 리코스포츠는 1일(한국시간) 김현수가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과 세번째 면담을 마친 직후 “볼티모어 구단의 마이너리그행 요청을 공식적으로 거부하고 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메이저리그에서 도전을 계속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현수는 기존 계약이 성실하게 이행되고 공정하게 출전 기회를 보장받아 볼티모어 구단에서 메이저리거로서 선수 생활을 원만하게 이어갈 수 있길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쇼월터 감독과 댄 듀켓 단장은 이날도 김현수에게 “마이너리그 트리플A로 내려가 경험을 더 쌓은 뒤 메이저리그로 올라오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볼티모어는 ‘룰 5 드래프트’로 영입한 조이 리카드(25)를 개막전 25인 로스터에 포함하기로 했다. 애초 김현수를 주전 좌익수로 꼽았던 볼티모어가 리카드에게 그 자리를 내주면서, 김현수를 더 벼랑으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김현수는 볼티모어와 2년 700만 달러에 계약할 당시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을 옵션으로 넣었다. 볼티모어가 김현수를 개막 로스터에 제외하려고 해도 김현수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안고 가야 한다. 반면 방출할 경우에는 700만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볼티모어는 김현수가 시범경기에서 부진하자 현역 로스터에 넣지 않으면 다른 구단에 빼앗길 수 있는 리카드를 지키기로 했다. 리카드의 25인 로스터 진입이 확정된 상황에서 김현수가 마이너리그 강등을 거부해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5일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정규리그 개막전을 불과 사흘 앞둔 상황에서 개막전에 출전할 25인 로스터를 확정하지 못한 볼티모어는 난처한 처지다. 김현수도 볼티모어 구단이 기회를 제대로 보장하지 않고 언론플레이를 통해 마이너리그행을 강요하는 상황이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볼티모어 구단이 강제로 김현수를 마이너리그로 내리면 계약은 즉각 파기되고, 700만 달러도 구단이 전액 물어내야 한다. 볼티모어 듀켓 단장은 “아마도 김현수에게는 볼티모어에서의 적응기가 짧았을 것”라며 “한국에서는 프로팀이 시즌을 대비하기 위해 10주 가량 훈련한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훈련 기간이 절반 정도”라고 말했다. 스프링캠프의 연장 선상에서 김현수가 마이너리그인 트리플 A로 내려가 좀 더 많은 타석을 소화하면서 미국 야구에 적응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김현수가 마이너리그에서 시간을 보낸 뒤 메이저리그로 복귀한다는 보장은 하지 않았다. 볼티모어가 “김현수에게 더 많은 타석 기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정작 시범경기에는 내보내지 않는 장면을 보면 신뢰가 더 떨어진다. 쇼월터 감독은 김현수와 면담 후 “대화 이후에는 항상 새로운 것이 있지만, 오늘은 새로운 것이 없다”며 “하지만 우리는 모두 일요일 정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시간으로 일요일(3일) 정오는 개막전 25인 로스터 마감시한이다. 개막 하루 전까지 김현수의 결단을 기다리겠다는 의미다. 구단과 선수 사이에 갈등이 깊어질 수 있는 분위기다. 한편 구단의 압박으로 시범경기에서 연일 강제 휴식을 취한 김현수는 시범경기 성적을 타율 0.182(44타수 8안타) 2타점으로 마쳤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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