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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테러 라하미, 아프간 다녀온 뒤 이슬람 심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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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테러 라하미, 아프간 다녀온 뒤 이슬람 심취

입력
2016.09.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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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감시망에 덜미

부친 운영 치킨집에서 일하다

4년前 아프간 여행 후 성격 변화

美 사회의 이슬람 차별에 분노도

테러 단체와 연관성은 아직 없어

19일미국 뉴저지주 북동부의 린든에서 경찰과 총격전을 벌인 끝에 체포된 뉴욕 맨해튼 첼시 폭발사건 용의자 아흐마드 칸 라하미(가운데)가 구급차로 옮겨지는 모습. 린든= AP 연합뉴스
19일미국 뉴저지주 북동부의 린든에서 경찰과 총격전을 벌인 끝에 체포된 뉴욕 맨해튼 첼시 폭발사건 용의자 아흐마드 칸 라하미(가운데)가 구급차로 옮겨지는 모습. 린든= AP 연합뉴스

뉴욕 맨해튼과 뉴저지 폭발 사건의 용의자 아흐마드 칸 라하미(28)가 뉴욕 전역에 촘촘히 깔린 ‘폐쇄회로(CC)TV 감시망’을 피하지 못해 경찰에 체포됐다. 아프가니스탄 태생인 라하미는 유년기에 이주해 비교적 평범한 미국생활을 하다 수년 전 아프간 방문을 계기로 급격히 분위기가 변했다고 주변인들은 증언했다. 수사당국은 이슬람 테러단체(IS)와의 연관성이나 그가 자생적 테러범으로 변했을 가능성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NBC 방송은 19일(현지시간) “라하미가 뉴욕에 설치된 공공 및 사설 CCTV의 감시를 피할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라하미는 지난 17일 발생한 맨해튼 첼시 지역 23번가 폭발 현장에서 CCTV에 포착된데다가, 몇시간 후 ‘압력솥 폭탄’이 발견된 27번가에서도 모습이 잡혔다. 수사당국은 영상과 지문을 통해 용의자의 신원을 라하미로 확인했고, 범행 이틀 후인 19일 오전 11시 뉴저지 북동부 린든에서 총격전 끝에 그를 체포했다.

뉴욕시는 2001년 9ㆍ11 이후 테러에 대한 공포가 치솟자 영국이 먼저 시행한 CCTV를 이용한 치안 대책인 일명 ‘철의 포위망’을 본떠 뉴욕 전역에 CCTV 감시망을 구축했다. 라하미가 9ㆍ11 기념일 직후 폭발을 저질러 테러 공포를 극대화했지만, 9ㆍ11 대책 때문에 꼬리가 잡힌 셈이다. 제임스 오닐 뉴욕 경찰국장은 “뉴욕시 어느 거리나 사건 현장에도 감시카메라에 찍힐 수 있다”며 “이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태생인 라하미는 2005년 가족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 온 후 뉴저지의 엘리자베스시에서 아버지가 운영하는 소규모 식당인 ‘퍼스트 아메리칸 프라이드치킨’ 종업원으로 일했다. 외신들은 라하미가 곧잘 친구들과 어울려 농구를 하거나 길거리 랩 공연을 벌였다고 전했다. 비교적 평범한 미국 생활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변인들에 따르면 라하미는 4년 전 고국 아프간을 여행한 후 종교적인 성격으로 변했다. 아프간 방문 후 무슬림 남성처럼 턱수염을 기르고 이슬람 전통 의상을 입었으며, 이슬람 기도를 시작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CNN은 라하미가 아프간뿐 아니라 파키스탄도 여행했으며, 파키스탄에서 현지 여성과 결혼해 2013년부터 약 1년간 머무르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또 무슬림에 배타적인 미국사회에서 라하미가 느낀 좌절과 분노도 그의 범행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라하미의 가족은 2011년 엘리자베스 시청을 상대로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았다’고 소송을 제기한 적도 있다. 시청이 강압적으로 치킨집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일부 주민들로부터 “무슬림은 문제만 일으키는 존재” 등의 차별적 말을 들었다는 게 이유였다. 이에 대해 크리스토퍼 볼웨이지 엘리자베스 시장은 “라하미의 가족이 24시간 내내 영업을 해 주변을 시끄럽게 했다”며 “주민들의 불만이 접수돼 영업시간을 오후 10시까지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라하미는 지난 17일 맨해튼 첼시와 뉴저지 시사이드 파크 마라톤 행사장에서 폭발물을 터트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튿날 뉴저지 엘리자베스 기차역에 설치된 폭발물도 그의 소행으로 보인다. IS 등 테러 단체와의 연관성은 나타나지 않은 가운데 경찰은 중동을 여러 차례 방문한 라하미가 테러 단체와 접촉했거나 스스로 ‘외로운 늑대’로 변했을 가능성을 염두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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