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대출을 심사할 때, 재무상태만 아니라 ‘기술력’도 보겠다며 도입된 기술금융에서도 은행들은 여전히 담보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금융 취급액의 절반 가량은 담보대출이었고,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에 대한 취급액이 대부분이었다.
7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정우택 의원(새누리당)에게 제출한 기술금융 대출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 말까지 17개 국내 은행의 기술금융 대출금액은 41조7,101억원으로 이 가운데 공장, 부동산 등을 담보로 한 대출 비중은 45.1%(18조8,183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별로 보면 기업은행이 기술금융 대출금액 중 담보 비중이 54.1%로 국내 은행 중 가장 높았고 ▦부산은행(52.4%) ▦KB국민은행(51.7%) ▦하나은행(외환 제외) 50.9% 순이었다.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으로의 대출 쏠림도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병석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경우 기술금융대출 중 신용도 상위 구간인 ‘BBB’ 이상 기업에 대한 대출 실적이 전체의 84.46%였다. 신용도 하위 구간인 ‘BB+’ 이하 기업에 대한 대출은 15.54%에 불과했다. 결국 기술금융이 아니더라도 대출이 용이한 기업들이 더 많은 기술금융대출을 받아간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기술력이 우수한 창업ㆍ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기관이 기업 건전성을 평가할 때 기술력을 포함하도록 하는 기술금융 활성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은행들은 해당 기업의 기술력을 외부 기술신용평가기관(TCB)에 의뢰하고, 여기서 받은 기술평가 등급을 대출 심사에 참고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금융이 은행 간 실적 쌓기 경쟁으로 변질되면서 은행들이 기존 거래 기업들을 중심으로 별 다른 대출 조건 변동 없이 기술금융대출로 단순 전환하는 등 정책 내실 다지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박세영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은행들이 단순히 실적 경쟁에서 벗어나 자체적으로 기술평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금융기관들이 기술금융을 단순 ‘대출’이 아닌 ‘투자’한다는 개념으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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