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대금 빌려준 사실 드러나
“사실상 뇌물” 도덕성에 치명타
증권거래법상 형사처벌 어렵고
뇌물수수죄도 공소시효 지나
‘거짓 해명’ 징계는 불가피
“최고 수위 해임 처분이 마땅”

120억원의 시세 차익을 올린 진경준(49) 검사장의 2005년 넥슨 비상장 주식 매입 당시 자금의 출처가 다름 아닌 넥슨인 것으로 확인됐다. 넥슨이 진 검사장에게 자금까지 대주며 주식을 사도록 한 셈이어서 사실상 뇌물을 건넨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넥슨과 진 검사장은 그 동안의 해명이 거짓말로 드러나며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게 됐다.
넥슨은 2005년 당시 진 검사장과 김상헌(53) 네이버 대표, 박성준(49)씨가 넥슨 주식 1만주씩을 구입할 수 있도록 회사 자금 4억2,500만원씩을 빌려줬다고 5일 밝혔다. 넥슨측은 “주식 매수자들이 가까운 시일내 상환이 가능하다고 해 빠른 거래를 위해 일시적으로 자금을 대여했다”며 “대금은 연내 모두 분할 상환됐다”고 밝혔다. 넥슨측은 또 “대금을 단기간에 갚아 이자를 받지 않았지만 주주들이 해당 기간만큼 이익을 본 것으로 판단, 배당소득세를 납부토록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진 검사장의 주식 취득 경위에 대해 조사하던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달 17일 진 검사장이 허위자료를 제출했다고 보고 법무부에 징계를 요청했다. 이전까지 진 검사장은 2005년 넥슨 비상장 주식 매입 자금에 대해 “기존에 갖고 있던 돈으로 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리위의 자금흐름 추적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돈이 흘러 들어 온 사실이 확인되자 “처가에서 빌렸다”고 말을 바꿨다. 이후 법무부의 감찰 결과 처가에서 빌렸다는 진 검사장의 해명은 또 다시 거짓으로 드러났다.
넥슨이 진 검사장에게 주식 매입 자금을 빌려 준 것은 김정주 넥슨 회장의 지시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 회장의 승인 없이 이러한 자금 거래가 이뤄지긴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진 검사장과 김 회장은 서울대 86학번 동기로, 절친한 사이다.
넥슨이 박성준씨에게 중개를 부탁한 것 자체도 특혜로 지적된다. 2005년 외국계 B컨설팅 업체에 근무하던 박씨는 NXC 감사를 지낸 이력 때문에 김 회장을 비롯한 넥슨 임원들과 친분이 깊었다. 넥슨은 또 다른 고위 임원인 이모(54)씨가 이민을 가면서 3만주를 급히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박씨에게 장기 투자자를 물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박씨는 진 검사장, 김상헌 대표와 함께 자신도 1만주를 매입했다.
그러나 진 검사장에 대한 형사처벌은 쉽지 않다. 2005년 주식 매입 당시 넥슨은 비상장법인이었고, 6개월 내 상장 예정도 아니었기 때문에 옛 증권거래법(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상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를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뇌물수수죄도 묻기 어렵다.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지난 4월 진 검사장(뇌물수수)과 김 회장(뇌물공여)을 고발해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수사 중이긴 하지만, 공소시효(10년)가 이미 지났다. 김 회장의 배임 혐의도 검토할 수 있으나 이 역시 공소시효(10년)가 넘었다. 다만 진 검사장이 주식매입 이후 직무와 관련, 공소시효 범위 안에서 김 회장에게 편의를 제공한 정황이 드러나면 수뢰후부정처사 혐의로 처벌하는 것은 가능하다.
사법처리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진 검사장의 ‘거짓 해명’에 대한 징계는 불가피하다. 공직자윤리위는 이와 관련해 2,0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 해임 또는 징계의결 요구 등의 벌칙을 정한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지난달 17일 진 검사장의 징계 의결을 법무부에 요구한 상태다. 징계 수순에 들어간 대검찰청은 조만간 감찰위원회를 열어 검찰총장 명의로 법무부에 진 검사장 징계를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 내부에선 “사안의 중요성으로 볼 때 최고 수위의 징계인 ‘해임’ 처분이 마땅하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사징계법은 징계 종류를 해임과 면직, 정직, 감봉, 견책 등의 순으로 정하고 있다. 진 검사장의 징계 수위는 법무부 검사 징계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결국 이번 사태는 국민들의 공분을 자아낸 ‘수상한 주식 대박’보다는 ‘거짓 해명’만을 문제 삼는, 본말이 전도된 형태로 마무리될 공산이 커졌다.
넥슨도 이미지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처음 특혜 의혹이 불거진 4월 초 넥슨측은 “제3자 간 거래여서 회사에선 알 수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직접 주식 매입 대금을 대주기까지 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만큼 이 같은 해명은 새빨간 거짓말이 됐다. 게임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직접 해명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안고 있는 게임업계에 불똥이 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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