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꽈당’
2014년 12월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주민 A(57)씨가 외출하려고 승강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와 출입구 쪽으로 서너 걸음 이동하다가 넘어졌다. 복도 바닥에 깔린 살얼음에 미끄러진 것이었다. ‘윽’하고 신음을 토한 그는 허리 쪽에 골절상을 입고 33일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사고 직전 아파트 청소용역업체 직원이 승강기 앞에 떨어진 음식물로 악취가 난다는 주민들의 민원을 받고 물걸레 청소를 했던 게 문제가 됐다. 당일 영하의 추운 날씨 속에 청소부의 물걸레질로 바닥에 살얼음이 진 것이다.
미끄러져 다친 아파트 주민 A씨는 “치료비 등으로 1,8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청소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민사71단독 김영수 판사는 “청소업체는 A씨에게 390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김 판사는 “영하의 날씨에도 주민들 통행이 잦은 1층 복도를 물걸레 청소를 하면서도 사람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바닥이 마를 때까지 미끄럼방지용 매트나 종이 등을 깔지 않았다”며 “필요한 조치를 할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청소부가 지나가는 주민들에게 간헐적으로 “조심하세요”라고 주의를 촉구한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A씨도 앞서 가던 주민들이 조심스럽게 살얼음 위를 걷던 것을 목격한 만큼 좀더 주의하거나 안전한 보행지점을 찾지 않은 잘못은 있다고 보고 청소업체의 배상책임을 실제 치료비 등의 30%로 제한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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