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김상덕(49)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임명 과정에 최순실 게이트 관련으로 최근 사임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윤성주 전 단장 퇴임 3개월 뒤인 지난해 9월 실시한 1차 예술감독 공모에 지원서를 냈던 김 감독은 당시 부적격 판정을 받고 탈락했으나 최근 안호상 국립극장 극장장 추천으로 문체부 낙점을 받았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10일 한국일보가 확인한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심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김 감독은 지난해 무용단 예술감독 공모에 지원해 과반이상 외부위원이 참여한 심사에서 탈락했다.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은 극장장이 위촉하는 5~7인 심사위원회가 최종후보 2명을 선발하고 문체부 장관이 최종 승인한다. 당시 심사위가 추천한 2인에 대해 문체부는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심사위는 이어 지난 3, 6월 추가 공모를 해 두 차례 각각 후보 2인을 추천했지만 문체부는 역시 ‘적격자가 없다’며 돌려보내면서 예술감독 자리는 1년 넘게 공석이었다.
상황이 돌변한 것은 안 극장장이 지난달 원로 무용가 김매자씨와 김 감독을 추천한 뒤부터. 문체부는 추천 인사 2인 중 김 감독을 12일만에 승인했다. 무용계에서 공정한 구성으로 평가 받는 지난해 심사위원회 검토 과정에서 일찌감치 탈락한 인사를 안 극장장이 추천한 것도, 그 상황을 다 알았을 문체부가 이를 바로 승인한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모양새다.
이에 대해 무용계 인사들은 김종 전 차관의 ‘한양대 라인’이 배경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중견 무용인 A씨는 “김 감독은 울산시립무용단장 맡기 전까지 이렇다 할 이력이 없었는데 갑자기 울산시립단장이 돼 다들 의아해했다”며 “한양대대학원 동문인 조남규 상명대 공연예술경영학과 교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2000년 한양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김 감독은 1999년 박사를 수료했다.
무용가 B씨는 “조 교수는 김종 전 차관과 한양대 동문으로 김 전 차관이 2005년 수원대에서 한양대로 옮기기 전후해 골프 모임을 갖는 등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며 “박근혜정부 들어 국제춤축제연맹 집행위원회 의장 등을 지내며 정부 지원사업에도 참여했다”고 말했다.
안 극장장은 김 감독 추천에 대해 “두 후보를 추천한 건 김종덕 장관 시절로 꽤 오랜 기간 검증을 했다”며 “작품을 직접 보지 않았지만 조사한 결과 성과가 탁월했다”고 말했다. 안 극장장은 “예술감독은 지도력도 중요하지만 국립무용단 경험도 중요해 추천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립무용단 훈련장 등 수십 년 간 국립무용단에서 활동한 무용인 3, 4명이 예술감독에 지원하고도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안 극장장에 대해서는 최근 공연계에서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당장으로 내정됐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하지만 안 극장장은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조 교수를 박사과정 시절 알고 지냈지만 수료 후 교류가 거의 없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조 교수는 “김종 차관을 본 적도 없고 골프는 2014년부터 쳤다”며 “김 감독 선정을 사주한 적 없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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