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에 다다른 한국 대선 판도의 변화를 감지한 걸까.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이미 인터넷으로 내보낸 사설 내용까지 바꿔가며, 부동의 1위를 지켜온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9일 치러질 대선에서 자칫 역전 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보수층의 여론을 대변하는 월스트리트저널은 6일자(현지시간) 사설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비용을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고 발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고, 미국의 대북 압박정책에 협조하지 않을 수 있는 문 후보를 돕는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이미 같은 내용의 사설을 4일(현지시간) 저녁 인터넷으로 게재한 바 있다. 그러나 6일자 종이 신문사설은 이틀 전 인터넷 게재 이후 달라진 대선 상황을 반영하려는 듯 일부 내용이 수정됐다.
4일 인터넷 사설에서는 ‘문 후보가 40% 지지율로 당선이 유력하지만, 중도ㆍ보수 표심이 한 후보에 쏠리면 막판 격차가 좁혀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6일자에서는 ‘아직 20% 유권자가 표심을 정하지 못한 만큼 중도ㆍ우파(Center-Right) 표심이 한 후보에 쏠린다면, 역전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어 ‘보수 진영에서 17% 지지율의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상승세를 보이는 반면 중도성향 안철수 후보는 21% 지지율이지만 대선 토론에서의 부진으로 하락세’라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사설 내용 수정과 관련, 보수층 유권자의 결집 가능성이 뚜렷해진 상황 변화를 반영한 결과라는 해석과 함께 한국에서 진보성향 정권이 들어서는 것에 대한 미 보수층의 우려를 반증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이 신문은 한국 대선에서 역전이 일어나려면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침묵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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