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무상보육 원칙 흔드는 정책”
정부, 기본보육료 현행 유지 시사
야당이 내달 1일로 예정된 맞춤형 보육제도 시행 연기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정부는 원래 종일반(12시간)의 80% 수준으로 낮추려던 맞춤반(6시간) 기본보육료를 종전 수준으로 유지하는 보완책 마련을 밝히면서도 예정대로 제도를 시행하겠다는 뜻은 고수했다.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여야와 정부는 맞춤형 보육 시행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야당 의원들은 부모 맞벌이 여부 등에 따라 영아(만 0~2세) 보육 시간을 차등화하는 맞춤형 보육이 박근혜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던 무상보육 원칙에서 어긋난다고 지적하며 정부에 공세를 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 정부의 보육정책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제도인 만큼 어린이집 등 이해관계자, 정치권과 충분한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며 시행 연기론을 폈다. 같은 당 김상희 의원도 “무상보육은 저출산 문제가 국가적 재앙을 가져올 심각한 문제라는 공감대에 바탕을 둔 정책인데, 정부가 보육예산을 줄일 목적으로 보육현장의 누구도 원하지 않는 정책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정책 추진 과정상의 문제점도 제기됐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복지부가 맞춤형 보육 관련 예산안을 이미 마련한 뒤에 시범사업을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시범사업은 정책 입안을 위한 사전 절차인데 선후 관계가 바뀌면서 사실상 정부 방침에 짜맞추는 식으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종일반ㆍ맞춤반 수요 파악을 위해 지난해 7~9월 서귀포 김천 가평, 9~10월 평택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이 중 평택의 종일반 신청 비율(78.7%)에 근거해 종일반과 맞춤반 비율을 8 대 2로 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복지부는 “맞춤형 보육은 맞벌이 부부 등 꼭 필요한 곳에 보육서비스가 제대로 지원되게 하려는 것”이라며 예정대로 시행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방문규 복지부 차관은 “2016년 예산편성과정에서 (국회가) 7월 집행을 확정해 주었다. 국회가 편성해 준 예산을 집행하는 것이 정부의 의무”라고 밝혔다. 또한 “전세계 어느 나라도 모든 아동들에게 종일제 돌봄을 실시하는 나라는 없다. 대부분 선진국이 특별한 보육 필요가 있는 경우에만 종일반을 이용토록 하고, 그렇지 않으면 시간제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강조했다.
방 차관은 또한 어린이집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보육료 인하 계획은 보류할 방침임을 밝혔다. 그는 “종일반 자격기준 완화, 맞춤반에 대한 기본보육료 종전 수준으로 보장, 종일반 신청절차 간소화 등은 시행 전에도 보완이 가능하므로 종일반 신청 추이를 봐가며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맞춤반 기본보육료가 종전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100% 맞춤반 아동만 돌보는 어린이집도 수입이 줄어들지 않는다”며 “전향적으로 검토해 어린이집 단체들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도 “일단 제도를 시행하고 부작용이 나타나면 정부가 탄력적으로 대응하면 된다”(김상훈 새누리당 의원)고 밝히는 등 대체로 정부를 엄호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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