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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유리조각이 예쁜 목걸이로…“환경 지키는 바다유리 공예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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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유리조각이 예쁜 목걸이로…“환경 지키는 바다유리 공예 아시나요”

입력
2017.08.1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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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기업 ‘바다보석’ 우경선 대표

파도에 마모돼 밀려 온 유리 모아 장신구ㆍ장식품 등으로 제작ㆍ판매

우경선 바다보석 대표가 바다에 버려진 유리병이 깨져 수십 년간 파도에 깎인 '바다유리'로 제작한 목걸이. 병 입구만 분리된 바다유리는 그가 2010년부터 지금까지 딱 두 차례만 수집했을 정도로 희귀하다. 우경선 바다보석 대표 제공
우경선 바다보석 대표가 바다에 버려진 유리병이 깨져 수십 년간 파도에 깎인 '바다유리'로 제작한 목걸이. 병 입구만 분리된 바다유리는 그가 2010년부터 지금까지 딱 두 차례만 수집했을 정도로 희귀하다. 우경선 바다보석 대표 제공
바다에 버려진 유리병이 깨져 수십년간 파도에 깎인 '바다유리'로 제작된 머리끈. 바다유리에 유리용 물감으로 무늬를 넣었다. 우경선 바다보석 대표 제공
바다에 버려진 유리병이 깨져 수십년간 파도에 깎인 '바다유리'로 제작된 머리끈. 바다유리에 유리용 물감으로 무늬를 넣었다. 우경선 바다보석 대표 제공

서울 동교동에 자리잡은 1인 패션기업 ‘바다보석’의 작은 사무실에 들어서자 투명한 하늘색 보석 목걸이, 에메랄드빛 보석 귀고리, 일렁이는 물결 무늬의 머리끈 등 예쁜 장신구들이 한쪽 벽면 진열대에서 찬란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14일 ‘바다보석’ 사무실에서 만난 우경선(50) 대표는 “보석처럼 예뻐 보이죠. 사실은 다 주운 거에요.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그 동안 바다에 버린 쓰레기를 건져 만든 거에요”라며 웃었다.

“바다에 버려져 깨진 유리조각이 수십 년 동안 파도에 마모되어 해변으로 밀려나온 것을 바다유리(seaglass)라고 해요. 전국의 인적이 드문 해변에 많은 이 바다유리를 주워 세척ㆍ건조해 소금기를 제거하고, 장신구로 쓸만한 손가락 한마디 정도의 작고 예쁜 모양의 조각만 골라내요. 오일 성분으로 닦아줘 반짝반짝 빛나는 바다유리를 공예용 와이어 등을 이용해서 직접 여러 장신구를 만들거나 고객이 제작해보는 체험교육을 하고 있죠.”

우 대표는 “제품을 수공예품 전용 판매 모바일 쇼핑앱(아이디어스) 등을 통해 판매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문화를 만드는 데에도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기계나 장비를 이용해 수집한 바다유리를 추가로 가공하지 않고, 장신구로 활용이 곤란한 것은 합성수지를 이용해 화분모양의 장식품이나 시계로 제작한다.

바다에 버려진 유리병이 깨져 수십년간 파도에 깎인 '바다유리'와 바다에 떠다니는 목재쓰레기(drift wood)로 제작된 장식물. 우경선 바다보석 대표 제공
바다에 버려진 유리병이 깨져 수십년간 파도에 깎인 '바다유리'와 바다에 떠다니는 목재쓰레기(drift wood)로 제작된 장식물. 우경선 바다보석 대표 제공
바다에 버려진 유리병이 깨져 수십년간 파도에 깎인 '바다유리' 중 공예품으로 사용하기 곤란한 것들을 모아 합성수지를 이용해 만든 화분 모양의 장식물. 바다보석 제공
바다에 버려진 유리병이 깨져 수십년간 파도에 깎인 '바다유리' 중 공예품으로 사용하기 곤란한 것들을 모아 합성수지를 이용해 만든 화분 모양의 장식물. 바다보석 제공

광고회사에서 20여년간 일했던 우 대표가 이처럼 바다유리 공예에 눈을 뜬 건 지난 2010년이다. 평소 남을 홍보만 하다가 내 사업을 해보고 싶어 고민하던 중에,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 활성화됐지만 국내엔 생소한 바다유리 공예 영상을 보고 매력을 느꼈던 것이다.

손재주가 있었던 데다 홍대 앞 벼룩시장 좌판에서 판매도 잘되자 그는 가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2011년 사업자 등록을 하고 ‘바다보석’을 차렸다. 하지만 처음엔 한 달 평균 매출이 10만~20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또, 매달 4,5차례 바다에 가서 바다유리를 모아 제작해서 판매까지 혼자 하는 것도 버거웠다.

그렇게 2,3년쯤 지나자 손님들이 조금씩 늘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장신구라는 매력과 환경오염 방지라는 취지에 공감한 것. 입소문이 나면서 과천과학관, 세종문화회관 등의 기념품 판매점에 납품도 하게 되고, 강연 요청도 이어졌다. 여수세계박람회재단이 주최한 공모전에서 은상을 수상(2014년)하거나 여러 기업의 고객행사 등에 초청되기도 했다. 덕분에 한달 평균 매출도 300만원 안팎으로 올랐다.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돈 보다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사명감 덕분에 버틸 수 있었어요. 바다유리 공예가 많이 알려져 뿌듯하지만, 언젠가는 미국처럼 해양쓰레기를 줍고 바다유리 공예를 전시하는 축제를 열고 싶네요.”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우경선 바다보석 대표가 바다에 버려져 수십년간 파도에 깎인 '바다유리'를 이용해 만든 브로치를 소개하고 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우경선 바다보석 대표가 바다에 버려져 수십년간 파도에 깎인 '바다유리'를 이용해 만든 브로치를 소개하고 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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