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레슬링 세계선수권대회 때 ‘노 메달’의 부담을 안은 채 고강도 훈련을 이끌다가 숨진 고(故) 김의곤 레슬링 국가대표팀 감독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호제훈)는 김 감독의 유족이 “유족급여 등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근로복지공단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김 감독은 19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동메달리스트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 여자대표팀을 맡아 은메달 2개를 따냈다. 이후 2013년 2월 국가대표팀 총감독과 여자부 감독을 맡아서 이듬해 9월 열리는 인천 아시안게임 출전을 대비해 선수들을 지도하고 훈련시켰다. 그러던 김 감독은 2014년 2월 중순 태릉선수촌 훈련장에서 선수들의 체력 단련을 지도하던 중 쓰러졌고 병원에서 심근경색으로 숨졌다.
유족은 유족급여를 신청했지만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김 감독의 업무와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거절 당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김 전 감독이 숨지기 한 달 전부터 국가대표 선발전과 대회를 앞두고 야간 훈련을 추가하는 등 평소보다 고강도 훈련을 실시했고,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 때 메달을 따지 못하는 등 성적이 부진해 상당한 심적 부담이 컸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업무상 스트레스는 심근경색 발생 확률을 높이는 요인이며, 평소 건강관리를 꾸준히 해온 김 감독이 갑자기 숨진 점 등을 고려하면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인한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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