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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학의 ‘백야 3.98’ 부끄러운 자기 베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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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학의 ‘백야 3.98’ 부끄러운 자기 베끼기

입력
1998.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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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TV 월화드라마/‘모래시계’‘여명의 눈동자’에 할리우드액션까지 모방/독창적 영상·사회성 실종/“겉멋만 잔뜩” 시청자 실망「모래시계+ 여명의 눈동자+ 연출의 허술함」. PC통신의 비수같은 지적이다. 관심은 높지만(첫 주 시청률 3위) 만족도는 낮다. 지난 주 방영되기 시작한 SBS의 월화드라마 「백야 3.98」에 대한 평가다. 방영 초기임에도 유난히 실망이 큰 것은 연출자 김종학의 이름 때문이다. 설득력있는 독창적 영상, 군더더기 없는 전개, 역설적으로 드러나는 휴머니즘의 가치, 사회상황이나 역사의식을 교묘히 상업성과 결합시키는 재주로 그는 시청자들을 사로잡아왔다.

「백야 3.98」에서는 그런 것들이 실종됐다. 멋과 분위기는 한껏 잡았지만 창의성은 보이지 않는다. 방영시기부터 어긋났다. 잠수정 침투, 미사일시험 파문에도 금강산관광과 햇볕정책이 빛을 잃지 않고 있는 시점에 던진 반공드라마. 「동토의 왕국」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때의 감각이 아니다. 해이해진 안보의식에 경각심을 심어주기엔 오락성이 지나치다.

그 오락성을 위해 드라마는 비중있는 연기자, 화려한 영상, 해외로케 등 큰 스케일을 택했다. 돈의 힘이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할리우드 액션의 어설픈 모방과 차용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원작에도 없는, 너무나 작위적인 대칭형태의 형빈과 택형의 어린 시절과 두 아버지의 운명적인 대결부터 드라마는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처럼 할리우드를 기웃거렸다. 「탑 건」 「어 퓨 굿맨」이 떠오르고, 뉴스화면까지 끼여든다.

「백야 3.98」에 대한 시청자들의 가장 큰 실망은 김종학의 자기복제. 북한과 중국의 국경지대에서 택형에게 키스하는 아나스타샤를 보고 노인들까지 『저건 여옥이와 비슷하네』라고 「여명의 눈동자」를 떠올렸다. 「모래시계」의 우석의 말이 형빈(이병헌)의 입을 통해 다시 나왔고 태수의 오토바이는 북한청년 영준(이정재)이 타고 평양시내를 질주한다. 필요도 없는「모래시계」의 80년 서울의 시위장면 반복. 사막에서의 택형(최민수)의 이미지와 그의 활극은 김종학이 제작한 영화 「인샬라」를 떠올린다.

연기자들까지 자기복제에 열심이다. 「모래시계」의 기억 속으로 빠져든 최민수는 북한용병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으며, 젊은 시청자들은 이병헌이 「폴리스」때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모래시계」의 보디가드 백재희와 TV드라마 「달팽이」의 순진한 청년을 섞어 놓은 듯한 이정재. 그에게선 북한청년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매너리즘에 빠진 제작진의 오판도 크다. 시청자들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똑똑하고 냉정하다.<이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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