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The Art of Conversation (회화의 비법)
여행을 하면 꼭 하게 되는 질문이 있다. 대표적인 게 화장실 위치를 묻는 질문인데 같은 영어권이라도 나라마다 표현이 다르다. 미국인이라면 대부분 ‘Excuse me, but where is the bathroom?’이라고 물을 것이다. 그러나 bathroom은 지극히 미국영어(Americanism)이어서 이치가 맞지 않을 때가 많다. 남의 집에 방문했을 땐 화장실이 곧 샤워실인 bathroom이 맞지만 도로 주변의 화장실은 대부분 그냥 toilet이다. 미국인들이 왜 toilet이라는 단어를 싫어하느냐고 묻는다면 뾰족한 답은 없다. 확실한 것 하나는 미국인들에게 ‘toilet=변기통’이라는 인상이 강하다는 사실이다.
영국 사람들은 식당이나 극장 등의 ‘변소’를 cloakroom이라 부른다. Coat checks라고도 부르는 Cloakroom은 본래 코트나 가방을 맡기는 곳이어서 미국인에겐 헷갈리는 표현이다. 미국 의사당에서는 상원과 하원 의원들이 회의실에 들어가기 전 자주 조우하는 곳이 cloak room이다. 의원 휴게실로 이용하는 곳이기도 하다.
영국에서 아이들이 ‘화장실’을 loo라고 부르는데 이는 lavatory를 그나마 우아하게 부르는 말이다. 영국인들도 toilet을 알아듣지만 세련되지 못하다는 눈치를 준다. 미국식 용어 bathroom을 이해는 하지만 갸우뚱한다. 특히 restroom은 잘 쓰지 않으려 한다. 영국인에게 센스 있는 명칭은 남성 화장실의 경우 Gents, Men’s, Little boys’ room 등이고, 여성의 경우 Ladies, Little girls’ room이다. 아직 WC(Water closet)가 쓰이기도 한다. 미국에서만 restroom이 가장 정중하고 무난한 표현이다.
좀 재미있는 것은 미국인들은 bath(목욕)라는 말보다는 shower를 선호한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bathroom은 우리가 생각하는 ‘목욕을 하는 곳’이라기보다 그냥 ‘씻는 곳’의 개념에 가깝다. 미국 집의 구조가 샤워실과 변기가 같은 곳에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정착된 명칭이라고 한다.
비행기 내의 화장실을 lavatory라고 부르는 것이 기술적인 관점의 명칭인 것처럼 화장실은 문화와 지역에 따라 명칭이 다르다. 국제 환경에서 ‘May I use your bathroom?’같은 질문은 남의 집에서 가능한 얘기다. 유럽이나 영국 쪽이라면 ‘May I use your toilet?’이나 ‘Where is the toilet?’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화장실을 아무리 정중하게 표현해도 화장실은 화장실이다. 때문에 재치 있는 사람은 그런 뉘앙스마저 피하기 위해 Gents나 Ladies 같은 간접 명칭을 쓰고 아예 언급을 하지 않은 채 ‘Excuse me for a minute’이나 ‘I’ll be right back’ 같은 말로 이를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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