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을 3년 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2008년(직원과의 소통), 2012년(목표 달성) 인터뷰에 이어 이번엔 금융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가 된 비결을 듣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살이 많이 빠지고 살짝 나이 들어 보이긴 했지만, ‘영국 신사’라는 별명답게 말투나 화법은 여전히 진중했습니다.
최장 CEO라는 타이틀이 갖는 희소성 덕에 인터뷰 잡기가 참 힘들었는데요. 수 차례 요청 끝에 몇 달 만에 기회를 얻었습니다. 남들이 미리 쓴 인물 기사는 쓰기가 참으로 힘든데, 서면 인터뷰 등으로 때운 다른 언론사와 달리 직접 만났다는 사실에 만족을 합니다. 30분으로 잡힌 인터뷰 시간은 50분을 넘겼습니다. 15일자 지면(기사보기 ▶ "사람이 자산… 휴대폰 저장번호만 5000개")에 싣지 못한 얘기들을 소개할까 합니다.
-하루 일과는.
“오전 5시20분에 일어나 6시10분에 집을 나선다. 회사 앞 피트니스에서 1시간30분 운동한다. 이후 오전 오후 일과는 대부분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그래도 한두 시간 정도 꼭 차분히 자료를 보는 시간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저녁 약속도 끊이지 않는다. 집에선 한 달에 두 번 정도 저녁식사를 한다.”
-9년간 같은 업무에 시달리면 지긋지긋할 텐데, 사생활은 없나.
“운동 덕에 몸무게를 10㎏ 뺀 정도가 기억에 남는다. 체지방은 13㎏ 준 반면 근육은 3㎏ 늘었다. 몸의 구조가 좋아졌지. 요리도 배웠다. 언론에서 자꾸 부각하는데 사실 큰 이벤트는 아니다. 두어 달에 한번 정도 요리한다.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알리오 파스타를, 올 설에는 복지리 등을 만들었다.”
-베트남펀드가 망가져서 고객 불만이 컸다.
“미안하고 감사하다. 우리도, 고객도 힘든 시기였다. 우리의 과실이다. 다행히 1호 펀드는 원금을 회복했고, 2호도 곧 좋아질 것이다.”
-국내 1등 목표는 달성했고, 다음 목표는.
“아시아 선두 투자은행(IB)이다. 2020년 정도 돼야 일본과 중국과 겨뤄 어느 정도 붙어 볼만할 것 같다.”
-앞으로 5년을 더 사장을 하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내가 다 하겠다는 게 아니다. 할 수 있는 만큼만 초석을 쌓는 거지. 더 하고 싶다고, 그만 두고 싶다고 결정되는 게 아니다. 내 임기를 내가 모른다.”
-현재 모습이 젊었을 때 꿈꿨던 모습인가.
“그렇다. 내가 바라고 그려왔던 모습이다.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증권업을 희망하는 젊은이들에게 해줄 말은.
“부자가 되고 싶은 강렬한 욕망을 가져라. 앨런 그린버그 전 베어스턴스 회장은 ‘PSD’(Poor, Smart, Deep Desire to become rich)학위’라고 표현했다. (본인은 PSD에 어울린다고 보나) 난 돈 욕심은 많지 않은데, 이 업을 진짜 좋아한다. 열정과 끈기가 있었다.”
-재테크는 어떻게 하나.
“부동산이 4분의 1, 채권 등 안전자산이 4분의 1, 주식관련이 2분의 1이다. 예금은 잔고만 유지하는 정도다. 정기예금은 안 한다.”
-투자 성향이 상당히 공격적이다. 일반인은 어떻게 해야 하나.
“결국 자본시장 상품에 20~30년을 보고 장기투자 할 수밖에 없다.”
-매년 연봉이 공개돼서 곤혹스럽지 않나.
“내 급여나 연봉을 내가 결정하는 거면 비판 받아도 된다. 하지만 주주들이 결정한다. 사실 내가 급여를 결정하는 부하직원 중엔 나보다 연봉이 많은 사람도 꽤 있다.”
-증시는 얼마나 오를까.
“2,200이 우리 전망이다.”
-사상 최고치는 못 넘는다는 건가
“지금 주가가 오르는 건 유동성이 가장 큰 요인이다. 예전 2,230대에 비해 우리나라 기업 이익이 그만큼 안 나올 것이다. 실적으로 사상 최고치를 깨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얘기다. 유동성만으로 그걸 깰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 때문에 최고점을 뚫는 건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
-실적 전망치도 높아지던데.
“기대감이 있긴 하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갤럭시6가 성공하고 반도체가 좋아서 그런 것이라고 칠 수 있는 반면 다른 부문은 글로벌 수요가 우리나라 기업 이익을 늘릴 만큼 그렇게 좋아질지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지금이 고점인가.
“각자의 판단이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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