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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중앙정부의 무능과 실패

입력
2015.06.0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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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주년이 지난 지 얼마 안되어 이번에는 메르스 사태가 터졌다. 세월호 참사때 국가재난관리시스템이 엉망이라는 것을 확인한 후 이번 메르스 사태로 국가방역시스템도 허술하기 짝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두 사건 모두 골든타임을 놓쳤다.

국가의 가장 기본적 임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중앙정부는 이 기본적 임무 수행에 실패하고 있다. 국민소득이 3만달러에 육박해 선진국 문턱에 선 나라가 왜 이런 후진국 수준의 재난 대처 능력밖에 없는 것일까? 프랑스와 일본의 공무원 만큼이나 자질이 높다고 평가되는 한국의 공무원들이 중앙정부에 모여 있는데도 왜 이런 대응밖에 못하는 것일까? 중앙정부의 무능과 실패의 원인은 무엇일까?

박근혜정부의 무능 때문일까? 그렇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정부에서 두 대형 사고가 터졌기 때문이다. 국가비상사태에 대처하는 대통령과 관계 장관들의 모습은 세월호 참사 때나 이번 메르스 사태나 매 한가지로 안일하고 무기력했다. 대통령이 사태를 신속히 장악하고 선제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 주지 못했다.

게다가 경제 살린다는 명분으로 박근혜정부가 추진한 규제 철폐가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할 안전과 보건 분야에까지 도덕적 해이를 낳아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라는 참담한 비극을 초래하였다. 경제 살리려는 규제 철폐가 경제는 못 살리고 결국 사람을 죽인 셈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도입되어온 규제완화와 민영화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이 박근혜정부에 들어와서 크게 강화되었는데 그 결과는 경제침체의 지속과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였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박근혜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중앙정부의 무능과 실패는 신자유주의 정책 때문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가운영 시스템이 고도의 중앙집권체제이기 때문에 비롯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1960, 70년대 박정희정부의 개발독재 과정에서 형성된 고도의 중앙집권체제는 경제규모가 작고 국민생활이 단순했던 당시에는 잘 작동하였고 고도 경제성장을 달성하는데 기여하였다. 하지만 경제규모가 엄청나게 커지고 국민생활이 대단히 복잡해짐에 따라 중앙집권체제는 더 이상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여전히 중앙정부가 권한과 자원을 독점하는 중앙집권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 중앙정부는 업무가 폭주하여 과부하 상태에 빠져있다. 중앙정부가 모든 것을 다하다 보니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 중앙정부의 무능과 실패는 기본적으로 중앙집권체제의 이러한 비효율과 폐해에서 비롯된다. 만약 중앙정부가 지역이 잘 할 수 있는 사무들은 지방정부에 맡기고 외교와 국방, 보건과 안전 등 국가 안보와 국민의 생명과 관련된 중대한 국가사무에 집중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일관되게 구축해왔더라면 두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중앙정부가 권한과 자원을 독점하고 있다 보니 지방정부는 권한과 자원이 없어 무력하다. 어떤 사람들은 지방정부가 무능하다고 말하지만 지방정부는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권한과 자원이 없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는 권한과 자원을 독점한 중앙정부는 무능하고 권한과 자원이 없는 지방정부는 무력함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세월호 참사 때는 멀리 있는 중앙정부도, 현장 가까이 있는 진도군과 전남도도 인명구조를 못했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는 무능한 보건복지부와 무력한 서울시가 엇박자를 보이는 가운데 사태 확산의 차단에 실패했다.

지방분권 개헌을 통해 중앙집권체제를 지방분권체제로 전환시키는 국가개조를 단행해야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 중앙집권적인 현행 헌법을 지방분권적 헌법으로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 지방분권 개헌의 골든타임 마저 놓치면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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