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의 알아사드 독재정권이 붕괴했다. 시리아의 수도인 다마스쿠스가 반군 세력에 의해 12월 8일 점령됐다. 그날 새벽 시리아의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는 가족들과 함께 러시아로 망명했다. 이로써 시리아 세습 독재정권은 53년 만에 막을 내렸다. 알아사드 정권을 붕괴시킨 HTS(Hay'at Tahrir Al-Sham·레반트 해방 기구)는 시리아군의 공격에 맞서 11월 27일 전투를 시작했고, 불과 10일 만에 시리아 정부를 전복시킨 것이다. 어느 전문가도 예견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시리아 정부는 왜 붕괴했으며, 이 사건은 북한에 어떤 의미일까?
시리아 정권 붕괴의 가장 큰 원인은 알아사드 정권이 믿고 있던 러시아와 이란이 시리아의 결정적인 위기에서 막상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전쟁을 수행하느라 시리아에 원군을 보낼 능력이 없었고, 이란은 경제가 매우 침체돼 시리아 문제에 적절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친이란 세력인 헤즈볼라가 궤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으면서, 이란이 시리아를 도울 수 없었다.
튀르키예 방면에서도 돌발변수가 발생했다. 앞서 튀르키예는 HTS의 시리아에 대한 공격을 반대해 왔었다. 튀르키예 정부는 2020년에 러시아와 휴전 합의를 맺고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 간의 전투를 막기 위한 합동 순찰도 수행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이번에 튀르키예의 지방정부 차원에서 시리아군의 공격에 대응해야 추가 공격을 억제할 수 있다는 반군의 주장을 받아들여 반군의 공격을 묵인했다. 그 여파가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을 붕괴시키는 데까지 이르게 될 줄은 튀르키예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편, 북한은 시리아 붕괴로 충격을 받은 듯하다. 세습 독재국가라는 점, 러시아 및 이란과 동맹관계를 맺었다는 점, 나아가 우크라이나전쟁에 대규모 병력을 보냈다는 점까지 북한과 시리아는 판박이다. 시리아는 2022년 3월부터 러시아에 용병 형식으로 4만 명의 병력을 지원했고, 북한도 지난 10월부터 1만 명 이상의 병력을 러시아에 지원했다.
그렇기에 북한으로서는 러시아와 동맹관계가 시리아의 붕괴를 막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데 주목할 수밖에 없다. 알아사드 정권이 반군의 공격을 받을 때 러시아에 병력을 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러시아는 시리아 용병을 돌려보내지 않았다. 이것이 HTS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큰 희생 없이 입성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알아사드 정권의 붕괴를 막는 데 이란이 도움이 되지 않았듯이, 북한의 내부 불안 및 붕괴에 대처하는 데에도 이란은 큰 역할을 하지 못할 수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 최대의 압박이 이란으로 향할 예정이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가까운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 편에서 이란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미국에는 자국 이익에 충실하자는 트럼프주의에 맞춰, 미국에 더 유리한 미국-이란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자는 목소리도 있다.
2011년 아랍의 봄에서 정권 붕괴의 두려움을 느꼈던 북한은 시리아의 정권 붕괴도 심각하게 보고 있을 것이다. 특히, 러시아가 동맹국의 정권 붕괴 위기를 방관했다는 점으로부터 북한도 북·러동맹의 가치를 다시 보고, 대러 군사지원을 줄여갈 수 있다. 미국, 중국과 대화에 흥미를 보일 수도 있다. 시리아 정권 붕괴는 한반도 정세 변화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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