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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순탁] 아델, 진정한 ‘차트 깡패’로 돌아오다

입력
2015.10.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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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다. 아이튠스 차트에서 아델(Adele)의 신보 ‘25’가 정상을 밟았다. 그런데 잠깐. 이 음반, 아직 발매일도 되지도 않았는데! ‘25’의 정식 발매일은 11월 20일. 그러니까, 거의 한달 가까이가 남은 셈인데 오로지 예약 주문만으로 넘버원에 오른 것이다. 게다가 차트에는 아델의 2집인 ‘21’(2011)도 6위에 올라와 있었다. 무려 4년 전의 음반인데 말이다. 이 글이 올라간 시점에는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내가 그동안 어떤 표현을 함부로 사용했다는 점일 것이다. 바로 ‘차트 깡패’라는 표현이다.

이 정도면 ‘진정한 차트 깡패가 돌아왔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결과를 추수하게 된 것은 모두 선공개된 싱글 ‘Hello’ 덕분이다. 지난 10월 23일 드디어 베일을 벗인 ‘Hello’는 일단 그 화제성만으로도 뉴스몰이를 하는데 성공했다. 이 영상의 감독을 저 유명한 자비에 돌란(Xavier Dolan)이 맡은 것이다. 캐나다 출신의 자비에 돌란은 근 몇 년 새에 가장 ‘핫’하게 떠오른 영화감독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아이 킬드 마이 마더’(2009)를 시작으로 팬덤을 형성한 그는 ‘로렌스 애니웨이’(2012)를 거쳐 ‘마미’(2014)에 이르기까지, 개성적인 영상 미학을 통해 영화 평론가들과 마니아들이 가장 사랑하는 인물 중에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아델의 거대한 존재감에 자비에 돌란이 합세하면서 ‘Hello’의 뮤직비디오는 며칠 만에 5,000만뷰를 훌쩍 넘어버렸다.

기실 아델의 ‘Hello’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발표된 게 아니다. 나는 이게 핵심이라고 본다. 지난 10월 18일 영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인 ‘The X Factor U.K.’를 시청하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중간의 광고 시간에 검은 화면이 드리우고, 'Hello, It's Me'로 시작하는 문장이 떠오르며 한 여성의 노래가 들려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바로 아델의 목소리였다.

10월 21일에는 또한 아델이 직접 SNS를 통해 장문의 글을 공개했다. 이 글에서 그는 “지난 앨범이 이별에 대한 것이었다면, 이번 신작 ‘25’은 자신에 대한 이해, 혹은 자신과의 화해에 대한 앨범이다”라며 주제에 대해 귀띔해줬다. 즉, 아무리 아델이라고 해서 아티스트 혼자서 대중적인 폭발력을 극대화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에게도 당연히 전방위적인 홍보가 필요한 법이고 보면, (내가 음반사 직원을 3년간 해봐서 아는데) 전체적인 홍보의 맥락을 아주 잘 잡아냈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결과가 말해주듯이 말이다.

‘Hello’에서 아델은 더욱 거센 보컬 폭발력으로 상실과 후회라는 감정에 대해 노래한다. 인터뷰에서 아델은 이 곡을 “작곡이라는 측면에 있어 거대한 돌파구였다”라고 밝혔는데, 이유는 다음과 같다고 한다. “지금까지 나의 작곡이 많이 느슨한 편이었다면, 이번만큼은 이 곡에 모든 것을 쏟아 부은 느낌”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의 말대로 ‘Hello’는 도리어 ‘과장’을 미덕으로 삼으려는 용기로 충만하다. 그러면서도 우아한 분위기 같은 것을 잃지 않고 있으니, 이것은 세월이 그에게 선물해준 어떤 ‘품격’ 같은 게 아닐까 싶다.

지난 9월 7일의 칼럼(▶ 아델이 ‘갓델’이라 불리는 이유)에서 나는 아델의 세계를 다루며 글의 나머지는 “25가 발표되면 써질 계획”이라고 말했던 바 있다. 비록 ‘25’ 전체를 다루지는 못했지만, 이 칼럼을 그의 새로운 싱글로 마무리하게 되어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한다.

아, 맞다. 참고로 아델을 너무도 엄청난 인기 때문에 메이저 레코드사 소속이라고 착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는 엄연히 ‘XL Recordings’에서 음반을 발표해왔다. 그러니까, 존재감은 초메이저급이라도 엄연히 인디 레이블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얘기다. 내가 음반사에서 일할 때 바로 이 ‘XL Recordings’의 담당이었다. 여하튼, 어디서 잘난 척하고 싶을 때, 써먹으시라고 부기로 남겨둔다.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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