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작년 8월고 달리 별 반응 없어
“기싸움에 안 밀리려 버티기” 분석도
북한이 4차 핵실험 이후 대북 확성기 방송에도 꿈쩍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8월 방송 재개 당시 최후통첩을 거론하며 극렬하게 반발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북한이 못 견딜 것이라던 당초 예상이 빗나가자 정부는 머쓱한 모양새다. 이를 두고 학습효과로 확성기 방송의 약발이 떨어졌다는 회의론과, 북한이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버티는 것일 뿐이라는 반론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핵실험 직후 확성기 방송을 전격 재개하면서 내심 북한의 격한 반응을 기대했다. 김정은 체제의 아픈 구석을 깊숙이 찌르는 것은 물론 확성기 방송을 지렛대로 남북관계를 주도하려는 계산이었다. 지난해 8월 지뢰도발 때는 엿새 후에야 2곳에서 방송을 틀었지만 이번에는 핵실험 이틀 만에 전방 11곳에서 모두 스위치를 올린 것도 그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신년 기자회견과 22일 신년 업무보고에서 “가장 효과적인 심리전 수단”이라며 확성기 방송에 대해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북한의 반응은 달랐다. 김기남 당 비서가 8일 “전쟁 접경에로 몰아간다”며 비난한 것이 전부다. 김 비서는 선전선동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이 정도의 언급은 당연히 한번 짚고 넘어가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많은 편이다.
특히 북한은 지난해 8월과 달리 이번에는 기다렸다는 듯 대남 확성기 방송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우리 확성기에 비해 출력은 형편없지만 최소한 우리의 대북방송과 음성이 서로 엉켜 북한 주민들이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게 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북한이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태연한 척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략적 도발인 핵실험을 감행해 유엔 안보리와 미국, 중국을 상대하는 마당에 고작 확성기 방송은 눈엣가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북한은 대신 전방지역에서 수십 만장의 전단을 무차별로 살포하며 대북 심리전에는 대남 심리전으로 맞서고 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도 25일 브리핑에서 “명확히 심리전의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확성기 방송은 미량의 독약을 계속 주입하는 것이라서 조만간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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