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기간 고향에 가거나 여행하는 동안 기차나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 안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이동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동장 안에 반려동물을 넣어 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례도 발견된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동물이 사람 무릎 위에 앉아 있거나 기차, 지하철 안을 돌아다녀도 귀엽다는 반응이지만,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승객들의 경우는 불쾌감을 느끼거나 무서워하기도 한다.
소형동물은 이동장에 넣어서, 안내견은 그대로 탑승 가능
여객운송약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등 관련 법에 따르면 지하철이나 버스, 택시 이용 시 이동장에 넣은 소형동물의 탑승은 허용된다. 하지만 중ㆍ대형견 탑승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KTX의 경우에도 다른 승객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가방 등에 넣어 보이지 않도록 하고 필요한 예방접종을 한 동물은 탑승할 수 있다. 다만 다른 승객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열차 운행에 장애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코레일 관계자는 “대형견의 경우 탑승 자체를 막지는 않지만 반려인이 다른 승객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련 규정이 잘 알려지지 않아 반려동물을 이동장에 넣지 않고 탑승하려 하는 경우도 있고, 버스나 택시의 경우 이동장에 넣었어도 탑승 자체를 거부당하기도 한다. 특히 안내견 등 장애인 보조견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공공장소에 출입할 수 있지만 여전히 버스 탑승이나 식당 출입을 거부 당하는 일이 많다. 지난 연말에는 시각장애인의 안내견이 설악산 케이블카 탑승을 거부당해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기도 했다.
미국도 반려동물 지하철 탑승 논란
반려동물의 대중교통 탑승이 논란이 되는 것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개가 지하철 카드를 갖고 탑승하는가’라는 기사(원문보기)를 통해 뉴욕 지하철 내 반려동물 탑승 관련 논란에 대해 다뤘다. 미국 현행법상 지하철이나 기차와 같은 공공 이동시설에 개들이 타려면 동물 전용 이동장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뉴욕에서 지난해 지하철과 버스에 이동장을 사용하지 않고 반려동물을 태워 경찰에 적발된 사례는 261건밖에 되지 않지만, 승객들이 탑승에 방해가 된다고 신고한 건수는 7만5,000건이나 된다. 지난해 말에는 한 중년 남성이 자신에게 너무 가까이 붙어 앉았다는 이유로 치료견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한 사건도 발생했다.
뉴욕타임스는 반려동물의 지하철 탑승이 승객들의 불편함뿐 아니라 운행에 지장을 초래하기도 한다고 전한다. 목줄을 풀고 달아난 강아지가 선로에서 구조되기도 하고, 종착역에서 개가 지하철 운전사에게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지하철에 치이거나, 선로 위에 올라간 고양이를 구조하기 위해 10여 대의 지하철 운행이 중단된 적도 있었다. 신문은 반려동물의 탑승 관련 규정이 지하철에서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는 규칙 같은 일반 상식으로 아직 자리잡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지하철 반려동물 전용칸 주장도
반려동물과 대중교통을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용칸을 신설하자는 주장도 있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해말 서울시에 ‘지하철 반려동물 전용칸 탑승 운영 제안서’를 제출했다. 동물을 기피하는 시민의 민원 때문에 하차를 권고 받거나, 보호자와 함께 있는 동물에 대한 관심이나 불쾌감으로 인해 크고 작은 다툼이 발생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반려동물 전용칸을 운영하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는 지하철에 반려동물 탑승 전용칸을 운영하고 있으며 반려동물에 대해 13크로나(약 1,900원)의 요금을 지불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서는 지하철에서 혼잡한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 목줄을 한 상태에서 무료로 탑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핀란드 헬싱키에선 지하철이나 통근열차에서 반려동물 탑승금지 표시가 없는 한 무료 탑승이 허용된다. 독일 베를린 지하철은 이동장에 담긴 반려동물은 무료이며 대형견에 대해서는 1.7 유로(약 2,300원)의 운임을 받고 있다.
동물보호 활동가는 “반려동물이나 보조견의 대중교통 탑승 규정에 대해 정확하게 알린다면 불필요한 다툼이나 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상수현 인턴기자(숙명여대 미디어학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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