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폐쇄는 악수, 중국 제재 동참 어려울 것, 중국의 보복 가능성도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와 관련, “정부가 한반도를 분쟁지역으로 부각시키는 동시에 한반도의 위기관리자에서 분쟁의 주체가 됐다”며 “실효성도 없을뿐더러 외교적 악수도 이런 악수가 없다”고 평가했다. 또 중국의 대북 제재 동참을 이끌어 내기 위해 정부가 꺼내든 사드(THAADㆍ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논의와 관련해서는 “북한 압박에 중국의 협조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정부가 사드로 중국을 자극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외교안보 관료들이 대통령 심기 관리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일을 그르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6자 회담이 진행 중일 때 북한은 핵실험을 한 적이 한 차례도 없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6자 회담 복원을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참여정부 출범 이후 3년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을 맡아 외교통일안보 정책의 입안과 집행 과정에 참여한 외교안보 정책통이자 북한 전문가다. 2006년 통일부 장관에 취임해 균형외교로 한반도 평화 증진을 꾀했고, 현재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으로 있다. 인터뷰는 지난 12일 이뤄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개성공단 전면 중단, 합리적 정책 판단이라고 보나.
“지난 1월 핵실험 이후에도 정부는 개성공단은 남북관계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상당하다며 안정적으로 끌고 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걸 이렇게 뒤집은 것만 봐도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보기 힘들다. 대북 제재 동참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도 중국의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이익을 고려할 때 실효성은 없을 것이다. 만약 중국이 우리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가 책임질 수 없는 일들을 벌이고 있다. 개성공단 죽여서 기업들 엄청난 손실 보고, 군사적 긴장 고조되고, 결과적으로 북한 경제를 중국 경제 체제로 몰아넣으면서 ‘남북경제 공동체’와 같은 대망은 멀어지고… 보통 손해가 아니다.”
-개성공단 중단은 국제사회 동참을 견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움직일 것으로 보나.
“힘들 것이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반대하지만 국제사회의 압박으로 북한 정권이 붕괴하는 것은 더더욱 바라지 않는다. 북한의 체제 안정이 핵문제보다 우선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제재 결의에 어느 정도는 동참하겠지만 그것이 우리 정부가 원하는 수준의 유의미한 액션으로 이어지긴 힘들 것이다. 또 중국이 ‘너희들은 개성공단 돌리면서…’라고 했다는 말이 흘러나오지만, 정말 그런 말을 했더라도 의미를 거기에 부여한다면 그것은 우리 외교가 너무 단순하고 어리석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기본적으로 중국은 ‘남북이 협력하고 지내라’며 개성공단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남북 화해 평화가 자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보고 있다. 한국, 북한과 등거리 외교를 지향하고 있는 중국이 한국편을 든다? 회의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작년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면서 한중 관계가 최고조에 달하기도 했는데.
“한때 밀월관계를 형성했다고 해도 한중 관계에는 한계가 있다. 시진핑 주석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담 뒤 성명 발표나 기자회견에서 북핵 불용이라는 말을 한 번도 안 썼다. 중국이 유엔안보리 결의에 참여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북한과의 관계 때문이다. 중국이 아무리 가까워졌다고 해도 어디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지 계산을 하고 움직여야 한다. 우리가 열병식 가서 성의를 보였으니 이제 갚아라? 이건 너무 유치하다. 냉철한 국가관계에서는 국익만이 존재한다. 중국은 당시 예우를 다했고, ‘한중 관계 최상’이라는 국내 언론 보도로 박 대통령도 이용할 것은 다 이용했다고 볼 것이다. 또 우리가 북한을 개방으로 나오게 하고, 북한을 개혁시키자고 하면 중국이 알게 모르게 나서겠지만 북한을 때려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중국으로 하여금 남ㆍ북한으로부터 외교적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주는, 꽃놀이패를 쥐어주는 것밖에 안 된다.”
-한미가 돈줄 조이는 이란식 전방위 경제 제재로 가고 있는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나.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효과가 없을 것이다. 북한 근로자는 중국, 러시아 등 제3국으로도 많이 진출해 있다. 이들이 벌어들이는 외화는 개성공단에서 들어오는 현금보다 7, 8배 많다. 물론 공단 폐쇄가 북한에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보긴 어렵겠지만,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상당히 고급 노동력임을 감안하면 이들은 한두 달 뒤 제3국으로 어렵지 않게 진출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북한은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타격을 금세 회복할 것이다. 결정적으로 한국과 미국이 돈줄을 끊을 수 있는 카드는 더 이상 없다.”
-사드 배치가 안보 필요성으로 제기됐지만, 중국 반발로 동북아 신냉전 우려도 고조된다. 사드 배치 협의를 어떻게 보나.
“우선 일의 처리 순서가 논리적이지 않다. 대북 제재를 위해 중국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사드 이야기를 꺼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아무리 이걸 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상식이 있는 집단이라면 때를 봐가면서 이야기를 꺼내야 할 것 아닌가. 이 정도면 사실상 협박이라고 봐야 할 텐데, 협박은 우리가 강대국이고, 중국이 약소국일 때나 통하는 것이다. 냉전시대처럼 남북 간에 군사적으로 대결적 국면이 재현됐다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양쪽의 무기 위력이 향상되고 고도화 된 만큼 30, 40년 전의 남북대치 상황 때와는 그 위험이 비교가 안 된다.”
-각종 현안으로 중국과의 갈등 우려 커지는데, 향후 대중 관계 전망과 해결 방안은.
“우리가 개성공단 폐쇄했다고 해서 중국이 감동을 받거나 인상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실효적인 정책을 내놓으면서 움직일 가능성도 굉장히 낮다. 관계가 악화한다는 것이다. 특히 사드 문제 때문에라도 대중 관계는 어려워질 것이다. 이 정부 기간 내에 꼬인 관계를 풀기 힘들 수도 있다. 핵실험 직후 사드 카드 내비쳤다가 로켓 발사하자마자 본격 논의에 들어가고, 6자 회담 무용론 주장하면서 5자 회담 주장하고…, 이 모든 걸 통일외교안보 공무원들이 결정했다고 보지 않는다. 그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그 효과와 한계에 대해 왜 모르겠는가? 결국 대통령이 했다는 이야기인데, 주변에서 대통령 심기 관리에 너무 충실한 것 아닌가 모르겠다. 만약 참모들과의 충분한 토론에도 불구하고 그랬다면 더 큰 문제다. 이런 식으로 계속 가면 예측 불가한 일이 또 나올 수 있다.”
-중국의 무역 보복 가능성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우리가 알게 모르게,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대응 조치들을 중국이 취할 수 있다고 본다. 눈에 띄지 않는 조치라 하더라도 우리 경제가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파급 효과는 클 것이다. 예를 들어 자국민 상대로 한국 관광 절차 까다롭게 하면 얼마나 큰 영향을 받겠나. 예단하기 어렵지만 중국의 눈에 보이지 않는‘보복’의 시기와 수위는 사드 배치 논의와 연동될 것으로 본다.”
-북핵 문제의 접근법 어떻게 가야 한다고 보나.
“간단하다. 사람들이 정확하게 보지 않고 주장하는 게 하나 있다. 북한의 4차례 핵실험 모두 6자 회담이 가동되지 않는 상황 즉, 대화가 중단된 상태에서 일어났다는 거다. 다시 말해서 6자 회담 무용론을 이야기 하지만 그 대화 중에는 핵실험이 없었다. 따라서 결국 6자 회담 복원이 북핵 문제 해결로 나아가는 유일한 길이라고 본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북미 간의 불신구조를 해소하지 않고는 이 문제 해결이 어려울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비핵화 없이는 남북관계는 없다고 했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 평가하면.
“최근 일련의 정부 정책들을 보면 박 대통령은 북한 붕괴를 통해서 비핵화를 성취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무리수의 연속이다. 비핵화 없이 남북한 관계도 없다는 말도 얼마나 감성적이고 즉흥적이며 화풀이식 발언이었는지 곧 알게 될 것이다. 당랑거철(螳螂拒轍ㆍ사마귀가 수레바퀴를 막음. 자기 분수도 모르고 대적한다는 의미)인지, 현인의 전략인지는 시간이 곧 말해 줄 것이다.”
-남북관계가 70년대 냉전시대로 회귀했다는 평가 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
“대통령이 계속 저렇게 나오고 있으니 지금 정권에서는 방법이 없다고 본다. 이번 총선에서 야권이 다수 의석을 차지해 정치적으로 충격을 준다면 좀 변할지 모르겠는데, 기대난망이니 걱정이 된다. 또 대중관계에서 좌절감을 크게 맛본다면 대통령이 좀 달라질까.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지금 정부가 풀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본다.”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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