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눈에 비친 박근혜 정부 3년에 대해 우호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평가가 공존한다. 소신과 원칙, 위기대처 등 강한 리더의 모습에는 상대적으로 좋은 점수를 주었지만, 통합과 소통이라는 포용의 리더십은 부족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앞선 두 정부 시기의 평가와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표다.
그러나 집권 4년 차 전망은 밝지 않다. 우선, 안보 위기에 대한 우려다. 북한의 반복되는 핵실험, 미사일 발사,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으로 이어지는 군사적 긴장상태가 잠시 잦아드는가 했지만, 연초부터 제4차 북핵 실험과 장거리미사일발사와 이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배치 추진과 개성공단 중단이라는 초강수가 쏟아졌다. 남북간 격한 말들이 오가고, 중국의 유례 없는 강한 압박에 안보불안감이 급상승하고 있다.
경제에 대한 우려도 위험수위에 도달했다. 국민 열 명 중 여섯 명이 지난 1년 새 한국경제가 악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참여정부 및 이명박(MB)정부 말기 경제심판론이 제기되던 시점에 근접하거나 더 나쁜 수준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우선해야 할 과제로 성장, 양극화 해소, 삶의 질 개선과 같은 사회경제적 과제를 꼽은 응답이 압도적이다.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이번 여론조사는 확산되고 있는 안보와 경제의 이중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박근혜정부가 전념해야 할 최대 숙제임을 보여준다. 경제적 불안은 대통령 지지이탈 요인으로 작용한다. 경제불안이 불만으로 이어지고, 이러한 불만이 해소되지 못하면 분노와 불신을 키운다. 선거 시기에 심판론이 작동하는 경로다.
반면 안보위기는 단기적으로 대통령과 정부 중심으로 결집시키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일단 여론도 개성공단 중단, 사드배치 등 일단은 대통령의 대응에 힘을 실어주고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이 안보불안을 해소하는 안전보장책으로 작동할지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함으로써 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지 예견하기 어렵다.
50일도 채 안 남은 4ㆍ13 총선 구도를 살펴보면, 여당이 유리하고, 야당이 불리한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우선, 정권 심판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선거에서 심판론은 유권자들이 집권당으로 하여금 자신의 임무를 책임 있게 수행하게 만드는 수단이다. 이번 조사에서 정권심판론에 대한 동의는 41.2%였고 오히려 야당심판론에 동의하는 비율은 46.6%로 오히려 높았다. 대안이 되어야 할 야당에 대한 불신이 더 큰 상황이라면 정권심판론은 작동하기 힘들다. 다만 정권심판론과 야당심판론 공히 19대 총선에 비해 크게 약화되었다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지난 19대 당시 정권심판론은 63.0%에 달했고, 야당심판론은 58.5%였다. 정권심판론 및 야당심판론이 동시에 줄어든 것이 기존 정당 모두에 대한 불신으로 정치적 냉소가 확산된 결과가 아닌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둘째, 다수제를 채택하는 선거제도 하에서 일여다야의 구도로 치러지는 선거구도는 야당에게 불리한 환경이다. 일대일 구도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위로부터 정당, 후보간의 인위적인 단일화를 시도하는 방법이 있다. 이번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단일화를 바람직하다고 보는 응답자는 25.4%에 불과했다. 19대 총선에서 50.7%가 야권 단일화에 긍정적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단일화에 대한 기대는 반감된 상태이다. 또한, 혁신의 성과를 통해 내용적으로 일대일 구도를 만드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혁신 경쟁을 통해 유권자들 스스로의 자신을 대변할 정당이 누구인지 선택할 수 있게 함으로써 표의 집중을 이뤄내는 방법이다. 그러나 새누리, 더민주, 국민의당 중 어느 당에 대해서도 정당혁신에 대한 평가는 냉담한 상태다. 단일화도 혁신을 통한 경쟁력의 우위를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태이다.
셋째, 인구노령화에 따른 고연령층의 증가 및 새누리당 지지층의 강한 결집력도 여당의 우위를 점치게 하는 요인이다. 그 결과 적극적 투표 의사층에서는 새누리당의 우위가 눈에 띈다. 야당으로서는 지지층의 결집과 함께 선거에 소극적인 유권자층을 지지층으로 저변을 확대할 때 대등한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19대 총선에서는 유권자들이 중시하는 최우선 어젠다가 양극화 해소, 삶의 질 개선과 같은 야당 우위의 어젠다들이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경제성장, 안보 등 여당 우위의 이슈를 꼽은 응답이 늘어났다. 이 역시 여당의 우위를 점치게 하는 요인이다.
이번 조사결과는 야당의 더 큰 분발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작은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한 일관되고 더 큰 혁신이 필요하다. 반대로 여당 역시 방심할 상황은 아니다. 집권당에 대한 평가는 집권당이 풀어야 할 과제에 대한 문제해결능력을 통해 평가 받는다. 안보-경제 이중의 시험대에 올라있고, 국민들의 불안감은 크다. 집권당으로서 야당과의 비교우위에 자만하는 한 게임은 끝난 것이 아니다.
정한울(한국일보 객원기자,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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