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대전시티즌의 레전드 ‘샤프’ 김은중(37)이 대전월드컵경기장에 돌아온다. 24일 저녁 자신의 은퇴 경기로 치러지는 AFC 투비즈(벨기에)와 친선경기를 위해서다. 1997년 대전시티즌 창단 멤버인 김은중은 2003년까지 7시즌 동안 대전에서 간판 스타로 활약했다. 최은성(45) 이관우(38)와 함께 가난한 시민구단의 주축이 되며 2001년 FA컵 우승, 2003년 홈 관중 1위 등 값진 기록을 남겼고, 중간중간 재정난 등으로 인한 해체 위기도 함께 겪었다. 특히 팀이 K리그 챌린지(2부 리그)로 강등된 2014년 대전 유니폼을 다시 입고 창단 첫 우승과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승격의 감격을 안긴 스토리는 그가 왜 대전의 레전드인지를 다시 한 번 증명한 일화다. (관련기사▶김은중-이동국, 서로에게 전하는 편지)
하지만 2014 시즌을 끝으로 벨기에 지도자 연수를 떠난 그의 은퇴식 한 번 제대로 치러주지 못 한 건 구단에게나 팬들에게나 큰 아쉬움이다. 때문에 구단은 은퇴 경기를 위해 대전을 찾는 김은중과 그를 만나러 오는 팬들을 위한 이벤트들을 오래 전부터 고심해 왔다.
대전의 오랜 팬이기도 했던 구단 관계자를 축으로 디자이너, 스토어 담당자 등은 치열한 고민 끝에 은퇴 경기 당일만큼은 시간을 창단 초기로 되돌려 놓자는 결론을 내렸다. 그 고민 속에서 탄생한 아이템이 바로 김은중 은퇴 기념 레트로(복고) 유니폼이다.
대전 구단은 김은중이 팀의 주축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고 아시아축구연맹(AFC) 19세 이하 축구선수권 대회 우승을 기록하며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 했던 1998년 당시 유니폼 디자인을 재해석해 6일 출시했다. 유니폼을 디자인 한 정광윤씨는 “1998년 유니폼은 대전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유니폼 디자인 중 하나”라며 “그 때의 디자인을 최대한 살리면서 수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디자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비록 한 벌의 기념 유니폼이지만, 이를 통해 팬들은 언제나 김은중 선수를 기억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레트로 유니폼은 팀이 창단한 해이자 김은중이 입단한 해이기도 한 1997년을 상징하기 위해 1,997장만 한정 판매 된다. 이 같은 아이디어에 그간 승부조작 스캔들, 반복된 강등, 프랜차이즈 스타의 이탈 등으로 상처받았던 올드 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판매가 시작된 6일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올드 팬들의 문의가 활발했다.
대전시티즌 스토어 관계자는 “올해 K리그 챌린지 재강등 및 시즌 초반 성적 부진 등으로 판매가 더딜 것을 예상했지만, 김은중 선수를 추억하는 올드 팬들의 구매가 예상보다 많다”며 “김은중 선수 사인 유니폼과 스냅백, 은퇴기념 액자, 은퇴경기 티켓, 그라운드 셀러브레이션 기회를 묶어 4일부터 사전 예약을 받은 특별 패키지도 8일 현재 ‘완판’이 임박한 상태”라고 전했다.
구단은 이날 경기장을 찾은 팬들과 김은중의 의미 있는 추억을 만들기 위해 깜짝 이벤트도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 윤정섭 대표는 “대전의 레전드인 김은중 선수와 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마음속에 오래오래 남을 수 있는 감동의 은퇴식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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