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방영된 SBS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는 4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이 동성애자인 장남과 어떻게 화해하는지를 그려 화제가 됐다. 보수성향 시청자들은 동성커플의 애정행각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고, 일부 보수단체는 일간지에 항의광고까지 실었다. 실제 많은 부모들은 자녀가 동성애자 친구를 사귀면 나쁜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빠진다. 자녀도 동성애자가 되거나 에이즈와 성폭력에 노출될 것이라고 걱정한다. 이처럼 동성애자와 대면했을 때 느끼는 ‘비이성적 공포’가 동성애 혐오를 유발한다.
▦ 미국 올랜도의 게이클럽에 난입해 50명을 사살한 오마르 마틴(29)의 아버지는 “몇 달 전 아들이 마이애미 시내에서 두 남자가 키스하는 걸 보고 뚜껑이 열렸다”고 말했다. 테러가 아닌 동성애 혐오 범죄라는 주장이다. 이슬람ㆍ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동성애 혐오를 조장하는 주요 세력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최근 2000년 간 동성애는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었다. 기독교 초기 철학자 아우구스티누스는 “소돔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연을 거스르는 이 불결한 죄가 모든 시대 모든 곳에서 비난 받고 처벌돼야 한다”고 말했다.
▦ 기독교가 지배한 서구사회에서 동성애는 ‘윤리적 타락’의 상징이었다. 많은 나라들이 동성애를 금지하고 처벌했다. 역병이 나돌거나 흉년이 들 때면 동성애에 대한 탄압이 더욱 심해졌다. 동양도 예외는 아니었다. 공자는 논어에서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君君, 臣臣, 父父, 子子)”고 했다. 정해진 성 역할을 벗어난 동성애는 유교적 정명(正名)의 원리에 맞지 않는 중대범죄였다. 러시아ㆍ중국 혁명 이후 사회주의권에서도 동성애는 정신병 내지 반국가 범죄로 취급됐다.
▦ 시몬 드 보부아르의 “여자는 태어나는 게 아니라 여자로 만들어진다”는 명언은 기실 남자에게도 적용된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신체적 성에 따라 행동하길 강요 받는다. 남자에게 요구되는 강한 힘과 능동성은 문화적 산물에 다름 아니다. 종교가 남녀라는 이분법적 성 구별에 집착하며 동성애를 ‘비정상’으로 규정하는 것 또한 권력을 유지하려는 레토릭이다. 세상에는 성 정체성이 고정불변이 아님을 보여주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다. 그 ‘다름’을 인정하고 껴안아야 진정한 평화가 찾아온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