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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지진의 충격 등으로 몸살 앓은 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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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지진의 충격 등으로 몸살 앓은 문화재

입력
2016.12.2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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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문화계 결산<5> 문화재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지진 발생 직후 첨성대의 피해를 점검하고 있다. 경주=연합뉴스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지진 발생 직후 첨성대의 피해를 점검하고 있다. 경주=연합뉴스

문화재 관련해서 병신년 한 해는 전례가 드물 정도로 다사다난했다.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많은 사람의 큰 관심은 경주 지진에 따른 문화재 피해 여부였다. 관측 이래 한반도 최대인 규모 5.8 지진으로 많은 문화재들이 훼손됐다. 흰 바탕ㆍ검은 글씨로 제작됐던 광화문 현판은 결국 ‘바탕색이 더 어둡다’는 증거들이 잇따라 발견되며 원점 재검토가 결정됐다. 울산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해 추진했던 가변형 임시 물막이 사업(일명 카이네틱 댐)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기쁜 소식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고려불화의 백미 ‘수월관음도’와 도난 문화재 ‘송광사 오불도’가 국내로 환수됐다. 제주 해녀문화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됐다.

지진의 충격…반구대 암각화 보존 원점

지난 9월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은 최근까지 여진만 550여 차례 일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 인해 불국사 다보탑 상층부 난간석은 주저 앉았고, 첨성대는 북측으로 2㎝ 기울었다. 그 한편에서 큰 지진에도 훼손 정도가 비교적 경미했던 첨성대가 주목 받았다. 첨성대는 중심점을 기점으로 건축물이 360도 대칭을 이루고 있고, 무게 중심이 아래에 있어 어느 방향에서 진동이 와도 안정적으로 견딜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돌을 완전히 고정하지 않고 엇갈려 쌓은 것도 완충을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전문가들이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 경고하고 있어 문화재의 지진ㆍ재난 대응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문화재 수리 기록ㆍ적정 보수 주기ㆍ문화재별 재해위험도 등이 포함된 데이터베이스, 지진 발생시 적절한 대응 매뉴얼 등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2월 문화재제자리찾기 김영준 대표가 공개한 스미소니언 박물관 소장 사진 속 현판(왼쪽)과 현재 광화문 현판 모습.
지난 2월 문화재제자리찾기 김영준 대표가 공개한 스미소니언 박물관 소장 사진 속 현판(왼쪽)과 현재 광화문 현판 모습.

흰 바탕에 검은 글씨로 2010년 복원됐던 광화문 현판은 색상 논란 끝에 ‘원점 재검토’로 결론 났다. 사실상 바탕색이 흰색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데 무게를 둔 결정으로 고증 과정에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셈이 됐다.

복원 당시에는 국립중앙박물관(1916)과 도쿄대(1902) 소장 유리건판 속 현판이 주요 근거가 됐다. 그러나 지난 2월 문화재제자리찾기 김영준 대표가 현판의 바탕보다 글씨가 더 밝게 보이는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 소장 1893년 9월 이전의 광화문 사진을 공개했다. 검은 바탕의 현판이 그려진 화폐(1906, 1908년 발행)도 발견됐다. 문화재청은 내년 초 ‘광화문 현판색상 과학적 분석’용역을 발주한다. 약 1년 간 재검토 후,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2018년 초 현판 색상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해 추진했다 실패한 '가변형 임시 물막이'(일명 카이네틱 댐) 개념도. 문화재청 제공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해 추진했다 실패한 '가변형 임시 물막이'(일명 카이네틱 댐) 개념도. 문화재청 제공

울산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해 추진했던 ‘가변형 임시 물막이 사업’(대곡천 수위에 따라 물에 잠겼다 노출되는 암각화를 보호하기 위해 세우는 벽)은 결국 지난 7월 중단됐다. 투명 막에 작용하는 최대 수압에 대한 실험을 세 차례나 거듭했지만 이음매 부분에서 지속적으로 누수가 발생해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문가 다수는 문화재 행정에 정치가 개입하며 빚어진 ‘예정된 실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보존 방안이 제안됐으나 문화재위원회는 모두 보류ㆍ부결시켰다. 그러나 2014년 4월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반구대 암각화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발언한 뒤 2개월 만에 졸속으로 사업이 결정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려불화 등 문화재 환수 잇따라

윤동한(왼쪽) 한국콜마홀딩스 회장이 지난 10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고려불화 수월관음도 기증식에서 이영훈 관장과 함께 수월관음도를 살펴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윤동한(왼쪽) 한국콜마홀딩스 회장이 지난 10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고려불화 수월관음도 기증식에서 이영훈 관장과 함께 수월관음도를 살펴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고려불화 ‘수월관음도’가 윤동한 한국콜마홀딩스 회장의 노력으로 국내로 돌아왔다. 그는 일본의 개인소장가에게서 25억원에 작품을 구입해 지난 10월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이에 따라 고려불화 가운데서도 표현 방식이 화려하고 섬세한, 무엇보다 전세계 46점뿐인 중요 문화재를 국립박물관에서 볼 수 있게 됐다.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윤 회장은 기증식에서 “지난 봄 우연히 불화가 한국 나들이를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다시 나가면 한국에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구매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도난 당했던 ‘송광사 오불도’도 40여 년 만에 제자리를 찾았다. 1970년대 한 미국인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불화를 구입했고, 2014년 미국 포틀랜드 박물관에 기탁했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박물관에 소장된 한국 문화재를 조사하던 중 도난 문화재라는 사실을 확인, 소장자를 설득해 환수에 성공했다. 이번 달 초 돌아온 오불도는 29일 순천 송광사에서 봉안식을 갖고, 내년 초 일반에 공개된다.

지난달 30일 에티오피아에서 열린 유네스코 회의에서 '제주해녀문화'가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 결정된 직후 한국 대표단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에티오피아에서 열린 유네스코 회의에서 '제주해녀문화'가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 결정된 직후 한국 대표단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날아온 제주해녀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소식에는 전국이 들썩였다. 전세계가 해녀문화를 전승ㆍ보존해야 할 ‘살아있는 문화유산’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1970년대 1만4,000명을 넘겼던 제주 해녀의 수는 해마다 줄었고, 지난 해 4,377명을 기록했다. 70세 이상이 전체 60%에 달하는 등 고령화 문제도 심각하다. 유네스코 등재를 계기로 정부와 지자체가 해녀문화 보전을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2016 문화계 결산

4) 학술 : 현실정치와 대치하다

3) 클래식ㆍ국악ㆍ무용 : 시국에 휘청인 공연계

2) 문학 : 맨부커상, 성폭력 일파만파

1) 미술 : 위작ㆍ대작 논란 꼬리를 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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