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2일 올해 첫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한동안 삐걱대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국방부는 북한의 고조되는 미사일 위협을 또 다시 사드 배치의 명분으로 앞세워 향후 일정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무수단 개량형 탄도미사일이 고도 550여㎞까지 올라간 것에 비춰 낙하속도는 최대 마하 10(음속의 10배) 가량으로 추정된다. 사드가 날아오는 미사일을 고도 40~150㎞에서 마하 14의 속도까지 요격할 수 있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고 보면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사드로 요격할 수 있는 범위에 포함되는 셈이다. 반면 이보다 낮은 고도 15~40㎞에서 방어하는 패트리엇 미사일은 요격 가능한 미사일의 속도가 마하 3.5~5정도에 불과해 북한이 이번처럼 미사일의 고도를 높여서 쏜다면 막기에 불가능하다. 정부 소식통은 “우리 군으로서는 사드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할 수 있는 호재를 만난 셈”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북한이 성능이 향상된 미사일을 쏠 때마다 ‘만능의 보검’으로 사드를 꺼내 효용성을 부각시키는데 여념이 없었다. 지난해 6월 발사한 무수단 중거리미사일은 고도 1,413㎞까지 올라가 낙하속도가 최대 마하 15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지만, 군 당국은 “사드 요격고도에서는 마하 11~12 정도여서 얼마든지 맞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북한이 수많은 단거리 미사일을 놔두고 굳이 무수단으로 남한을 공격할 이유가 없다”는 반론이 많았지만, 국방부는 불과 한 달도 안돼 “사드를 성주에 배치한다”고 신속하게 발표하며 사드 대세론에 힘을 실었다. 북한이 지난해 8월 물 밑에서 공격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SLBM이 500여㎞를 날아가 성공으로 평가 받자, 우리 군은 “사드의 최대 방어범위가 남한 면적의 3분의 2에 달하는 만큼 SLBM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사드 조기 배치론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바른정당 유력 대선 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이 더 높아지고 있어 사드 배치를 하루 속히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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