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모임 ‘프리싱커스’
전도거부카드 이달 중 배포
거부∙위협 느낀 학생들 환영
“포교 자유 침해” 일부 반발도
대학가에 전도거부카드가 등장했다. 학내 거리나 강의실, 구내 식당과 도서관 등에 나타나 ‘종교를 믿느냐’는 질문과 함께, 전도활동을 하는 이들에게 카드를 보이면서 거부의사를 전달하겠다는 목적이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전도도 일종의 종교의 자유인데, 지나친 대응 방식”이라는 반대와 “오죽하면 카드까지 만들겠느냐”는 옹호의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서울대와 카이스트, 연세대 등 전국 14개 대학생 200여명의 모임인 ‘프리싱커스(Freethinkers)’는 전도거부카드를 만들어 이달 중 각 대학에 배포를 하겠다고 21일 밝혔다. 전도거부카드는 “저에겐 당신의 전도가 필요하지 않습니다”가 적힌 일종의 명함으로 4년 전 서울대와 카이스트 등 일부 대학에 등장한 적이 있다. 오용재 프리싱커스 서울대지부장은 “최근 대학 내 포교행위가 일상생활을 방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일방적으로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강요하는 것이 비상식적인 의사소통임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전도카드 등장을 일부 학생들은 환영한다. ‘혼밥’을 하고 있거나 도서관에서 공부 중인 경우까지 포교대상으로 삼아 접근하는 데 거부감을 드러내는 학생들이다. 서울대 재학생 A씨는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중 옆에 앉아 말을 거는 종교인이 있어 경비실에 알린 적이 있다”며 “최소한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각 대학 커뮤니티에는 모르는 사람이 기숙사에 들어와 문을 두드렸다거나 집까지 쫓아 오며 포교행위를 해 위협감을 느꼈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중앙대 한 학생은 올 초 특정 단체의 포교행위로 인한 피해사례를 수집하다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위협에 중단하는 일도 있었다.
반대편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굳이 카드까지 내미는 과민 반응으로 분란만 일으키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학내 종교 동아리 등에서는 “무리하게 자신의 믿음을 강요하는 것은 문제겠지만, 종교활동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움직임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김종서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는 “전도를 의무로 느끼는 종교인도 있겠지만 종교적 활동의 자유는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행사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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