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도시 공원에는 천장이 없고 칸막이만 설치된 화장실이 드물지 않다. 비가 오면 우산 쓰고 볼일을 본다. 지방 도시나 농촌에는 칸막이 없는 화장실과 재래식 변기가 즐비하다. 밖에서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경우도 있다. 시진핑 주석이 “청결한 화장실은 작은 일이 아니다”면서 ‘화장실(처쒀ㆍ厠所) 혁명’의 중요성을 강조한 배경이다. 그는 문화대혁명 시절 산시성 오지로 7년 간 하방됐을 때 칸막이 없는 불결한 화장실을 남녀가 같이 쓰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불결한 위생 관념과 15억 인구가 관건이다.
▦ 인도는 13억 인구 중 5억2,300만 명이 화장실 없는 집에서 산다(유니세프 2015년 기준). 야외에서 볼일을 보는 전세계 9억 명 중 60%가 인도인이다. 수풀이나 냇가에서 볼일을 보다가 여성이나 어린이가 납치되는 경우가 흔하다. 야외 배설에 따른 전염병으로 매년 12만 명의 어린이가 숨진다. 모디 총리는 2019년까지 1억2,000만 가구에 화장실을 설치한다는 ‘클린 인디아’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대소변에 사용한 물은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힌두교 가르침이 복병이다.
▦ 역설적이지만 좌변기는 기원전 2500년 인도에 처음 등장했다. 변기 밑에 배수구를 연결하고 파이프로 끌어온 강물로 오물을 흘려 보냈다. 로마와 신라시대에도 변기 아래 물이 흐르는 화장실이 있었다. 지금과 비슷한 수세식 변기는 16세기 영국 존 해링턴이 고안했다. 일제 때 조선총독부와 호텔 등에 보급됐고 주거용은 1958년 서울 종암아파트에 처음 설치됐다. 인간은 평생 1년을 화장실에서 보낸다. 인간이 쓰는 물의 50%는 화장실에서 이용된다. “인간의 역사는 곧 화장실의 역사”라는 빅토르 위고의 말이 실감난다.
▦ 우리 조상은 화장실을 뒷간, 측간, 통숫간, 정방, 해우소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렀다. 1970년대까지 기생충이 들끓는 푸세식이 많았지만 화장실 문화는 나름 운치가 있었다. 지금은 화장실 선진국이다. 2007년 세계화장실협회(WTA) 창립을 주도했고, 아시아ㆍ아프리카 15개국에 한국형 공중화장실 30개를 만들어줬다. 독일 극작가 브레히트는 화장실을 “혼자서도 첫날 밤을 치른 사람처럼 행복한 곳”이라 했다. 깨끗한 화장실은 인간의 기본권이다. 한국이 지구촌 화장실 혁명을 이끄는 첨병이 돼주길 기대한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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