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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킬런과 라 벡위드(2월5일)

입력
2018.02.05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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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파크 감독의 ‘미시시피 버닝’(1988)은 미 의회가 민권법을 통과시키기 직전 남부 흑인 유권자 등록 운동이 한창이던 1964년 ‘자유의 여름’에 미시시피 주 네쇼바 카운티에서 인권운동가 3명이 백인우월주의단체 ‘KKK’ 단원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한 사건을 다룬 영화다. 당시 대통령이 인권에 우호적이던 린든 존슨이었고, 법무장관이 로버트 케네디였고, 지역 부보안관을 포함한 피의자 10명을 기소한 검사가 존 도어였다. 재판에서 7명은 유죄 평결을 받았으나 6년 미만의 형기만 마치고 모두 출소했고, 3명은 배심 불일치 판정으로 풀려났다. 그 중 한 명이 제재소에서 일하던 비상근 목사 에드거 레이 킬런(Edgar Ray Killen, 1925~2018)이었다. 배심원 중 한 명이 “차마 목사에게 유죄를 평결할 수 없다”고 버틴 결과였다.

저 영화를 계기로, 한 지역탐사보도 기자가 민권운동 당시의 주요 살인사건들을 재조명하면서 킬런의 존재가 다시 부각됐고, 여전히 차별주의자로 살면서 자신의 범행을 자랑스러워 한다는 사실이 인터뷰 등을 통해 확인됐다. 의회 등에 사건 재수사를 촉구하는 캠페인이 시작돼 사건 40년 만인 2005년 1월 6일, 80세의 킬런을 연방 항소법정에 세웠다. 6월 배심원단은 1급살인이 아닌 상해치사 혐의로 유죄를 평결했지만, 매커스 고든 판사는 노령 등을 이유로 선처를 호소하는 킬런에게 살해 건당 20년 형을 합산, 60년 형에 최소 20년 이내 가석방 금지를 선고했다. 그가 지난 1월 11일 교도소 내 병원에서 숨졌다.

킬런 등의 범행 1년 전 저명한 흑인 인권운동가 미드거 이버스(Medgar Evers, 1925~1963)가 백인 우월주의자에 의해 살해당했다. 전자가 살해 방식의 잔혹성으로 충격을 안겼다면 후자는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의 미시시피 주 초대 지부장이던 이버스라는 특출한 운동가의 희생으로 미국 사회를 경악케 했다. 그를 살해한 범인이 바이런 드 라 벡위드(Byron De La Beckwith, 1920~2001)였다. 그 역시 두 차례 재판에서 배심불일치로 풀려났다가, 당시 주 정부기관이 재판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31년 만인 1994년 2월 5일 재기소돼 종신형을 선고 받았다. 2001년 1월 21일 그가 옥중 사망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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