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주최로 열린 국제심포지엄은 좀 특이했다. 국제심포지엄인데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유는 단 하나. 동성애 문제를 다뤘기 때문이었다. 개신교계에서도 개혁적인 이들이 있지만, 이들도 동성애 문제는 공개적 언급을 꺼린다. 전선이 너무 확대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럴 만도 하다. 얼마 전 총회를 끝낸 개신교 각 교단들마다 줄줄이 ‘성평등’을 규정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에 대한 반대를 결의했다. 명성교회 세습을 되물렸던, 그래서 모처럼 박수를 받았던 예장통합 총회도 마찬가지였다.
▦ 두 달 시간이 흐른 7월, 갓 부임한 해리 해리스 주한미대사의 행보가 화제가 됐다. 광화문에서 열린 서울퀴어축제에 참가해서다. 주한미대사관은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해리스 대사의 방문 사진과 함께 “성소수자 공동체를 지지하고 인권과 관용을 증진시키기 위해 여러 부스를 둘러봤다”는 문구까지 적어올렸다. 예수 믿어야 미국 사람들처럼 잘 살 수 있다며 한복 입고 성조기를 그렇게 열심히 흔들었건만, 정작 그 미국 사람들이 믿고 따르는 ‘글로벌 스탠더드’는 저기 다른 곳에 있었다.
▦ 국제심포지엄을 ‘비공개’라는 형식으로라도 기어코 열고야 만 것은 그 때문이었다. NCCK라고 동성애 문제가 껄끄럽지 않았겠는가. 여러 전략적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러나 동성애를 인권 차원에서 바라보고 수용하는 것은 최소한 공식적인 자리에서만큼은 어느 누구도 이견을 제기하지 않는 글로벌 스탠더드이며, 우리 교회도 거기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 고민 끝에 나온 결정이 ‘그러면 비공개 자리라 해도 한번 논의를 해보자’는 것이었다. 출발점은 손쉬운 혐오가 아니라 고통스러운 경청이다.
▦ “그렇게 힘들어 하는 사람 손 붙잡아주며 함께 살아보자, 저는 딱 이 수준이다. 저는 그렇게 명민하지도, 그렇게 용기 있지도, 그렇게 급진적이지도 않다. 조금 더 인간적이고자 한다.” 동성애 ‘옹호’ 문제로 공격받던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내놓은 대답이다. 청문회라는 형식, 남북회담 등 여러 사정으로 휙 지나가버린 아까운 이야기라 여기 적어둔다. 개신교계가 명민하거나 용기 있거나 급진적이기를 기대하는 사람 또한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다만 조금 더 종교적이길 바란다.
조태성 문화부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