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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프리츠커상

입력
2019.03.06 18:00
수정
2019.03.07 09:2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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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공항에 인접한 하얏트(Hyatt) 하우스모텔을 인수해 호텔 사업을 시작한 제이 프리츠커는 어느 날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서 전화 한 통을 받는다. “노벨상에 건축 부문이 없는데 건축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상을 만들어 볼 생각이 없느냐”는 것이다. 프리츠커는 솔깃했다. 이유가 있다. 형제들과 가족 사업으로 꾸려가던 호텔 경영이 순조로웠던 데다 1967년 애틀랜타에 문을 연 하얏트 리전시 호텔에 조성한 22층 높이의 중정(中庭)인 아트리움 공간에 매혹돼 건축에 흥미가 솟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 프리츠커의 가족들은 1년 검토 끝에 프리츠커상을 제정해 1979년부터 수상자를 내고 있다. 올해로 41회인 역대 수상자들은 세계 건축계를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미국 기업이 운영하니 미국인 수상자가 8차례로 가장 많은 건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다른 서유럽 국가를 제치고 일본 건축가가 7차례나 받은 것은 의외다. 한 차례 공동 수상까지 있어 수상 건축가 숫자로는 미국과 공동 1위다. 최근 발표된 올해 수상자 이소자키 아라타를 비롯해 최근 10년 동안 일본 건축가 5명이 이 상을 받았다.

□ 단게 겐조를 시작으로, 마키 후미히코, 안도 다다오, 세지마 가즈요ㆍ니시자와 류에, 이토 도요, 반 시게루로 이어지는 일본 건축가의 프리츠커상 수상 비결을 한 미국 건축학자가 4가지로 요약한 적이 있다. 국제적인 보편의식, 국가의 지원, 외부인의 건축 작업 평가가 가능한 지적 풍토, 건축 저널리즘 발달이다. 이 토대 위에서 제정 원년부터 예닐곱 심사위원 중 한 명으로 일본 건축가가 꾸준히 참여한 점도 최다 수상 결과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 우리는 낡은 것은 무엇이든 싹 밀어버리고 천편일률의 아파트를 짓는 데 능하다. 프리츠커상 수상 건축가의 대표작에는 공공 건축이 빠지지 않는데, 최근 세종시 정부 신청사 논란에서 보듯 발주자 입김이 공공 건축을 좌우하는 풍토도 건축 문화 발전의 걸림돌이다. 그러고 보니 한국 건설사가 해외에서 기네스북에 오를 고층건물을 지었다는 뉴스는 들었어도, 한국 건축가가 찬사를 받을 아름다운 건축물 지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삼탄&송은문화재단을 설계한 스위스 건축가들이 지난해 방한해 건물이 들어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일대를 둘러보며 했다는 말이 떠오른다. “다양하지만 좋은 건물은 없더라.”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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